‘한화 류현진’ 같은 효자, 이젠 끝?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2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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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L-日, 유망주 포스팅 시스템 손질… 최고투수 다나카도 최대 2000만달러
라쿠텐, 큰돈 못받자 美진출 일단 불허… 한국과도 비슷한 사례땐 금액 줄일듯

메이저리그 LA 다저스의 ‘괴물 투수’ 류현진(26)은 전 소속팀 한화에는 더할 나위 없는 효자 선수다. 2006년 입단한 류현진은 지난해까지 한화에서만 7시즌을 뛰며 98승을 거뒀다. 지난해 말에는 다저스로 팀을 옮기면서 이적료 2573만 달러(약 271억 원)를 한화에 안겼다. 한화가 이번 스토브리그에 자유계약선수(FA) 정근우(전 SK), 이용규(전 KIA)에게 4년간 137억 원을 쓸 수 있었던 것도 류현진 덕분이다.

하지만 앞으로는 류현진처럼 성적도 올려 주고, 해외에 진출하면서 거액을 벌어다 주는 선수를 점점 보기 힘들어질 것 같다. 메이저리그가 ‘포스팅 시스템(비공개 경쟁 입찰)’ 제도를 대대적으로 손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메이저리그 사무국과 일본야구기구(NPB)는 17일 새로운 ‘포스팅 시스템’에 합의하고 이날부터 효력을 발휘한다고 발표했다.

종전 제도에서는 최다 포스팅 금액을 제시한 1개 구단만 그 선수에 대한 독점교섭권을 가질 수 있었다. 마쓰자카 다이스케(전 세이부)는 2006년 5110만 달러(약 538억 원)의 포스팅 금액을 소속팀에 안기고 보스턴과 계약했다. 2년 전 다루빗슈 유는 5170만 달러(약 544억 원)을 원 소속팀 니혼햄에 선물했다. 포스팅 금액은 고스란히 구단에 들어갔고, 그는 이와는 별개로 6년간 6000만 달러(약 631억 원)를 받기로 했다. 텍사스는 다루빗슈 한 명을 잡기 위해 1억 달러 이상을 투자한 것이다.

그러자 메이저리그 구단들 사이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돈 많은 구단이 아니고서는 해외 유망주들을 잡을 수 없기 때문이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NPB와의 협의 끝에 결국 새로운 포스팅 시스템 도입을 관철했다.

이에 따르면 포스팅 상한액은 2000만 달러(약 210억 원)로 정해진다. 또 메이저리그 30개 구단 모두가 협상할 수 있다. 당장 불똥이 라쿠텐의 에이스 다나카 마사히로(사진)에게 튀었다. 올해 24승 무패를 기록한 다나카는 메이저리그 구단들의 영입 0순위다. 최소 5000만 달러, 최대 1억 달러의 포스팅 금액을 기대했던 라쿠텐은 최대 2000만 달러밖에 받을 수 없게 됐다.

다나카는 이날 구단 관계자와의 면담에서 “메이저리그에 보내 달라”고 요청했지만 구단은 “팀에 남아 줬으면 한다”며 일단 결정을 보류했다. 수백억 원을 허공에 날리게 된 미키타니 히로시 구단주의 결단이 아니고서는 메이저리그 진출이 쉽지 않아 보인다.

만약 올해 오승환이 일본 한신행을 택하지 않고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메이저리그 진출을 타진했다면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한국과도 포스팅 시스템 수정 문제를 논의했을 수 있다. 한국야구위원회(KBO) 관계자는 “올해는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미국에 나가려는 선수가 없었지만 만약 향후 류현진과 같은 거물 투수가 관련된다면 한미선수계약협정 개정에 관한 이야기가 나올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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