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깨는 빅2… 민주 권력지도 요동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2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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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선거 주도권 다툼 본격화

대선 1주년을 맞아 민주당이 술렁이고 있다.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주도권과 세력 확장을 위한 헤게모니 쟁탈전이 점화한 것이다.

대선후보였던 문재인 의원은 대선 재도전 의사를 거듭 밝히면서 친노(친노무현) 진영의 재결집을 꾀하고 있다. 대선 뒤 독일에서 8개월간 머리를 식히고 돌아온 손학규 전 대표는 16일 토크 콘서트를 통해 정치를 재개한다. 문 의원의 ‘광폭 행보’로 정치적 입지가 위축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김한길 대표는 기자간담회 등을 통해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다. 민주당 각 진영 내부를 들여다봤다.

○ 최대 주주인 친노, 속으로는 분화

친노 진영은 2007년 대선 패배 이후 ‘폐족(廢族·죄를 지은 사람의 후손은 벼슬에 나가지 못하는 것) 선언’까지 할 정도로 위축됐다. 그러나 2009년 5월 노무현 전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서거에 대한 동정 여론에 힘입어 2010년 지방선거를 통해 재기했다. 2011년 12월 손학규 당시 대표의 신당(민주통합당) 창당을 통해 이해찬 전 국무총리, 문재인 의원 등 당 밖의 친노 세력이 진입하면서 당권을 손에 쥐더니 지난해 4월 총선 때는 공천을 주도하면서 친노를 당내 최대 계파로 끌어올렸다. ‘범(汎)친노’로 불리는 정세균 전 대표 측 그룹을 더하면 친노는 전체 의원 127명 중 절반을 넘는다. 정 전 대표는 2010년 지방선거 때 대표였다.

현재 친노의 좌장 격은 대선후보였던 문 의원이다. 문 의원 곁에는 전해철 박남춘 박범계 김용익 장병완 이용섭 의원 등 노무현 정부 시절 청와대와 정부에서 요직을 맡았던 인사들이 포진하고 있다. 여기에 작년 대선 때 문재인 캠프에서 주요 보직을 맡았던 박영선 우윤근 노영민 의원 등은 친문(친문재인) 인사로 자리를 잡았다.

그러나 친노 진영은 실제로는 분화(分化)하는 양상이란 해석이 나온다. 문 의원이 최근 대선 재도전 의사를 거듭 밝히는 것도 명실상부한 친노의 좌장으로 자리매김해 친노 진영을 재편하겠다는 의도에서라는 얘기가 있다.

이런 관측은 노 전 대통령의 ‘적자(嫡子)’로 불리는 안희정 충남도지사에서 기인한다. 안 지사가 내년 재선에 성공한다면 친노 진영의 또 다른 축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당내 중론이다. 한 친노 인사는 “문 의원은 안 지사와 함께 청와대에서 호흡을 맞춘 적이 없다. 같은 친노로 분류되지만 결이 다르다”고 말했다.

민주당 전신인 열린우리당 시절 의장(대표)을 두 번 지냈고 민주당 대표도 지낸 정세균 전 대표 쪽에는 20명 안팎의 의원이 포진해 있다. ‘○○○계’라는 인물 중심의 계보로만 보면 소속 의원이 가장 많다. 정 전 대표가 차기 당권에 가장 근접했다는 해석은 여기서 기인한다.

○ 손학규도 정치 재개

손학규 전 대표는 원외 인사지만 여전히 원내 의원 10여 명의 지원을 받고 있다. 2010년 당 대표 시절 보좌했던 인맥과 경기도를 비롯한 수도권, 그리고 호남 일부 인맥이 축을 이루고 있다. 서울대 정치학과 후배인 신학용 의원이 비서실장 격이다. 손 전 대표는 16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 불교역사문화회관에서 열린 동아시아미래재단 송년 후원회의 밤 행사에서 “문 의원이 대선 재도전 의사를 밝힌 데 대해 초조하지 않으냐”는 질문을 받고 “지금 우리가 할 일은 국민이 어려워하는데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먼저 생각하는 것이다. 그게 도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문 의원을 에둘러 비판한 셈이다. 내년 지방선거 때 민주당이 ‘안철수 신당’과 연대를 해야 할지를 묻는 데 대해서도 “(연대 같은) 안이한 생각을 해서는 안 된다. (연대를 하면) 지방선거는 이길지 모르지만 다음 정권은 멀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5·4 전당대회 때 ‘비노(비노무현) 바람’을 타고 당권을 잡은 김한길 대표는 역설적으로 세가 없다. 노웅래 민병두 변재일 정성호 의원 등 김 전 대표와 가까운 의원들은 전당대회 초기부터 도왔고, 현재 당직을 맡고 있는 사람들이다. 김 대표를 ‘보스’로 하는 계보를 형성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김 대표가 차기 대선주자로 분류되지 않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 민평련과 486

고 김근태 전 민주당 상임고문의 가치와 노선을 따르는 민평련은 수는 적지 않지만 행동통일이 되지 않고 있다. 지난해 대선후보 경선 때도 누구를 지지할지를 놓고 의견을 모으지 못했다. 문재인계(노영민 유기홍 윤후덕 이목희 의원)와 손학규계(우원식 의원) 등 계파가 혼재돼 있기도 하다. 486의원들은 모임인 ‘진보행동’이 올 초 해체되면서 각자도생의 길을 걷고 있다.

박지원 전 원내대표는 전남 지역 일부 의원들을 중심으로 독특한 자신만의 작은 진영을 형성하면서 특유의 친화력으로 당내 캐스팅보트 역할을 하고 있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민주당#민평련#지방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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