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최강식]황당한 등록금 상한 계산법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2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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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강식 연세대 학부대 학장
최강식 연세대 학부대 학장
의학전문대학원이 도입된 지 10여 년 만에 전국의 거의 모든 대학이 의대 의예과를 부활하고 있다. 그런데 전혀 예상하지 못한 어려움에 부딪히게 되었다. 등록금 상한제가 바로 그것이다. 대학 등록금이 전혀 인상되지 않아도 학사제도 개편에 따라 정원이 조정되면, 등록금 상한제의 기준이 되는 대학 전체 등록금이 달라진다. 이번 경우처럼 상대적으로 등록금이 비싼 의예과 정원이 늘어나면 실제 학생별 고지서상의 등록금 변화가 전혀 없는 경우에도 대학 전체 등록금은 인상된 것처럼 보인다.

최근 대학 등록금 인하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증가하면서 정부는 등록금 상한제를 강력하게 시행하고 있다. 일정 비율 이상 등록금을 인상한 대학은 정부의 재정지원 사업과 대학평가에서 불이익을 당하게 된다. 등록금 상한제의 취지에 대한 사회적 공감이 크다고 해도 대학 사정을 고려하지 않고 획일적으로 밀어붙이는 식의 정책 시행은 우리나라 대학을 하향평준화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 또한 높다. 이번 의예과 부활의 경우와 같이 고지서상 등록금 인상이 전혀 없는 경우에도 마치 등록금이 인상된 것처럼 나타나 아무런 잘못이 없는 대학도 불이익을 감수해야 하는 불합리한 상황까지 발생한다.

등록금 상한제는 그렇다 쳐도 적어도 학사제도 개편에 따른 정원 변동으로 인한 부분은 대학 등록금 인상률 계산에서 제외되는 것이 마땅하다. 사실 이 부분은 대학 내 구조조정과도 맞물려 있다. 대학이 사회적 요구를 반영하여 일부 전공의 정원을 조정하려 해도 앞의 사례와 같이 불합리한 등록금 인상률 계산 방법에 따라 불이익을 받게 된다면 이는 부당한 일이다. 등록금 상한제 도입은 그 취지와 달리 오히려 대학 내 구조조정의 장벽이 될 수 있다. 현재 사회적 수요가 높은 정보기술(IT), 나노기술(NT), 융복합 분야 등은 실험실습과 현장교육의 필요성이 높아 상대적으로 교육비가 높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향후 등록금 계산 방식의 개선 없이 대학의 구조조정은 상당히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현재와 같은 계산 방식은 유학생을 유치하는 인바운드 국제화에도 커다란 장벽이다. 인바운드 국제화는 100% 영어 환경, 100% 기숙사 환경, 우수한 교원 유치 등 고비용 구조를 피하기 어렵다. 우리나라에도 이미 국제적 경쟁력을 가진 국제대학들이 있다. 이러한 대학에는 세계 각국에서 유학 온 외국인 학생과 한국 학생이 같이 공부하고 있고, 대부분의 교수진은 외국인이다. 국내외 수요에 부응하기 위해서는 전공과 정원의 확대가 불가피하다. 그러나 현재의 등록금 인상률 계산 방법을 개선하지 않으면 해당 대학들은 등록금 상한제 위반에 따른 상당한 불이익을 감수해야 한다. 대학 내 학제 개편 등의 구조조정과 인바운드 국제화의 걸림돌이 되고 있는 등록금 인상률 계산 방법의 개선이 시급한 이유이다.

최강식 연세대 학부대 학장
#등록금 상한제#정원 변동#의대 의예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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