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농구에 무모한 도전… 무한도전 정신 생겼죠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2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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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비스 신인 포인트가드 이대성

모비스의 루키 이대성이 9일 경기 용인시 기흥구 하갈동 울산 모비스 연습체육관에서 양손에 농구공을 들고 자신감에 찬 표정을 짓고 있다. 포인트가드로는 키가 큰 편인 그는 경기에서 종종 덩크슛을 시도했지만 단 한 차례도 성공시키지 못했다. 이대성은 “연습할 땐 가볍게 덩크를 내리꽂는데 실전에서는 쉽지 않다. 초반에는 덩크할 정신이 없고 후반에는 힘이 빠져서 안 되더라”며 “올스타전 덩크슛 콘테스트에서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다짐했다. 용인=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모비스의 루키 이대성이 9일 경기 용인시 기흥구 하갈동 울산 모비스 연습체육관에서 양손에 농구공을 들고 자신감에 찬 표정을 짓고 있다. 포인트가드로는 키가 큰 편인 그는 경기에서 종종 덩크슛을 시도했지만 단 한 차례도 성공시키지 못했다. 이대성은 “연습할 땐 가볍게 덩크를 내리꽂는데 실전에서는 쉽지 않다. 초반에는 덩크할 정신이 없고 후반에는 힘이 빠져서 안 되더라”며 “올스타전 덩크슛 콘테스트에서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다짐했다. 용인=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올 시즌 프로농구는 초반부터 신인왕 경쟁이 치열하다. 경희대 출신의 신예 ‘빅3’인 김종규(LG) 김민구(KCC) 두경민(동부)에 ‘숨겨진 보석’이었던 모비스의 신인 가드 이대성(23·190cm)까지 가세했다. 이대성은 경남 사천 출신이다. 2011년 중앙대 3학년생이었던 그가 미국행을 결심하자 많은 사람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당시 이대성은 중앙대에서 주전으로 뛰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무모해 보였던 미국 진출. 그의 농구인생이 자칫 돌아올 수 없는 길로 들어설 수 있다는 말이 많았다.

그러나 이대성은 “농구인생 최고의 선택이었다”고 말했다. 당시 미국프로농구(NBA) 하부리그인 D리그 트라이아웃에서 지명을 받지 못한 그는 농구공 대신 토플책을 손에 들었다. 미국대학체육협의회(NCAA) 디비전2 소속 브리검영대 하와이 캠퍼스에 편입하기 위해서였다. 편입을 위해 필요한 점수는 60점(120점 만점). 알파벳과 애플(Apple) 수준의 기초단어밖에 몰랐던 그는 다섯 달을 매달린 끝에 82점을 받고 당당히 입학통지서를 받았다.

“지금 생각해도 그렇게까지 열심히 영어공부를 한 제가 참 대견해요. 국내 대학농구선수 중에 미국 대학에 편입한 건 제가 처음이에요. 다른 사람들은 실력이 모자라서 못 간 게 아니에요. 한국에서 경기를 뛰어야 해서 영어가 안돼 막연한 두려움 때문에 도전하지 못한 거죠.”

대학 편입 후 개인기에 치중하던 농구 스타일도 바뀌었다. 화려할 것만 같았던 미국 농구는 개인기가 아닌 기본기를 강조했다. 한국에서 코치들이 늘 강조하던 것들이었다. 한국에서는 잔소리였지만 미국에서는 깨달음으로 다가왔다.

켄 와그너 브리검영대 감독을 만난 것도 행운이었다. 와그너 감독은 유재학 모비스 감독과 평소 e메일을 주고받는 사이다. 유 감독은 선수생활을 은퇴한 뒤 브리검영대에서 코칭 연수를 받았었다. 올해 이대성이 국내프로농구 일반인 트라이아웃에 나온 것을 보고 유 감독이 평가를 요청하자 와그너 감독은 “한 시즌을 데리고 있었는데 부상 때문에 절반가량을 뛰지 못했다. 하지만 잠재력이 엄청나다. 유 감독이 가르치면 톱클래스 가드가 될 자질이 있는 선수다”라고 조언해줬다.

중앙대 시절 벤치를 따뜻하게 달구던 선수가 이제는 프로농구 최고의 팀에서 주전으로 나서고 있다. ‘만수’ 유 감독과 리그 최고의 포인트가드 양동근에게 족집게 과외까지 받고 있다.

그는 “김선형 오세근 등 쟁쟁한 대학 선배들 때문에 경기를 못 뛸 땐 운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행운아 같아요. 동근이형과 달리 제가 리딩을 하면 동료 선수들의 경기 기록이 좋지 못해요. 영어 공부할 때보다 더 절실한 마음으로 배워서 동료들을 살려주는 포인트가드가 되고 싶어요”라고 다짐했다.

용인=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
#모비스#이대성#프로농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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