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북동 토박이 뭉쳐 마을잡지 펴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2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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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간 주역 최성수-김홍식씨

마을잡지 ‘성북동 사람들의 마을이야기’를 만든 최성수 씨(왼쪽)와 김홍식 씨는 서울 성북초등학교 선후배사이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마을잡지 ‘성북동 사람들의 마을이야기’를 만든 최성수 씨(왼쪽)와 김홍식 씨는 서울 성북초등학교 선후배사이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서울 성북동 토박이들이 뭉쳐 마을 잡지를 펴냈다. 지난달 20일 출간된 계간지 ‘성북동 사람들의 마을이야기’다.

3일 저녁 서울 성북동 카페 티티카카에서 이 잡지를 만든 두 주역을 만났다. 편집을 맡은 최성수(55·시인), 김홍식 씨(47·서울대병원 직원)다.

“우리 둘이 성북동에서 산 햇수를 합치면 90년이 넘습니다. 잡지 제작에 참여한 성북동을 사랑하는 주민 모임 ‘성북동천’ 멤버와 성북동에 사는 기고자들까지 합치면 300년을 훌쩍 넘습니다.”

성북동천은 7월 성북구 마을만들기지원센터의 지원을 받아 성북동 옛날사진전, 마을학교, 마을 잡지 사업을 시작했다. 잡지를 만든다는 소식에 성북동 주민과 상인, 예술인들이 글과 그림, 사진을 내놨다.

잡지에는 성북동 30년 토박이인 소설가 김선정 씨가 쓴 시 ‘성북동에서’와 김철우 화백이 그린 성북동 풍경이 함께 담겨 있다. 카페 티티카카 김기민 대표는 성북동 1인 가구 독거 생활자의 식사 모임인 ‘성북동 부엌’을 소개한다. 성북동에 살지는 않지만 이경돈 성균관대 연구교수와 신현수 시인은 각각 성북동 문인 이태준의 이야기와 성북동 골목길 기행기를 기고했다. 2000부를 발행한 잡지는 성북동 주민센터, 가게, 은행에서 무료로 배포한다.

최 씨는 “요즘 동네 잡지, 마을 잡지가 많이 늘었는데 우리는 성북동의 트렌디한 변화가 아니라 역사와 문화, 사람 이야기를 충실히 담아 내려 노력했다. 다음엔 성락원 주변 부촌에 사는 주민들도 참여하면 좋겠다”고 했다.

성북동의 장점을 묻자 두 사람 표정에서 자부심이 묻어났다. 어스름한 저녁 서울성곽의 스카이라인, 꼬불꼬불 이어지는 골목길에서 함께 어울려 사는 토박이들, 성락원 심우장 선잠단지 최순우 옛집 같은 문화재까지 자랑이 끊이질 않았다. 최 씨는 “성북동엔 문화재가 많지만 사람과 따로 동떨어져 있는 게 아니라 이곳 주민, 문화인들과 함께 숨결을 같이하기에 더 소중하다”고 했다.

몇 년 전부터 성북동에 부는 재개발 바람에 대한 우려도 드러냈다. 김 씨는 “투기 바람이 불면서 토박이가 떠나고 외지인이 들어오며 주민 사이에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잡지가 공동체를 회복하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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