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충남]中企 기술력 확보, KISTI 슈퍼컴이 ‘해결사’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2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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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간 250여곳 멘토링 서비스
수억원 비용드는 시뮬레이션 지원… 제품개발 적극 도와 경쟁력 키워

대전 유성구 관평동 (주)과학기술분석센터. 슈퍼컴퓨터를 활용한 기업 지원을 위해 회사를 방문한 KISTI 박영서 원장(오른쪽)과 이익재 과학기술분석센터 대표(왼쪽)가 문제 해결 방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대전 유성구 관평동 (주)과학기술분석센터. 슈퍼컴퓨터를 활용한 기업 지원을 위해 회사를 방문한 KISTI 박영서 원장(오른쪽)과 이익재 과학기술분석센터 대표(왼쪽)가 문제 해결 방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대전의 ㈜과학기술분석센터는 ‘악취 모니터링’을 비롯해 각종 분석 시스템 등을 만들어 파는 기업이다. 분석을 위해서는 센서가 기체 시료를 제대로 포집해야 하는데 기존 모델을 개선하는 과정에서 포집력이 다소 떨어지는 문제점이 발생했다. ‘시료가 통과하는 관로가 길어서일까, 외부 공기 유입으로 시료의 밀도가 떨어져서일까….’ 회사의 자체 분석에서 다양한 의견이 제시됐다. 하지만 이런 원인 추정은 그 자체로 해결책이 되기 어렵다. 실험 분석이 뒷받침돼야 하는데 그 많은 경우에 대해 모두 실험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회사는 고민 끝에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문제점을 분석하기로 하고 슈퍼컴퓨터를 운영하는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에 분석을 의뢰했다. 기대한 대로 여기서 원인 분석과 해결책이 나왔다.

○ 중소기업 지원에 위력 발휘하는 슈퍼컴퓨터

중소기업은 제품 개발이나 개선, 그리고 제품 아이템 선택 등 다양한 문제에 봉착했을 때 컴퓨터 시뮬레이션이 필요하다. 하지만 회사 자체적으로 이를 수행하기는 어렵다. 관련 소프트웨어를 구입하고 이를 운영하는 전문가를 고용하는 데 수억 원의 비용이 들기 때문이다. 이렇게 비용을 들인다 해도 데스크톱 정도의 컴퓨터로 실제 분석과 해결책을 찾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이 걸린다. 비용과 시간은 시장 여건에 빠르게 대응해야 하는 중소기업에는 사활이 걸린 문제다.

그런 이유로 KISTI의 도움이 필요하다. KISTI의 슈퍼컴퓨터 4호기는 1초에 300조 회를 연산할 수 있는 300테라플롭스급 초병렬컴퓨터 시스템이다. 고성능 PC 1만여 대를 동시에 구동하는 정도의 성능이다. 또 KISTI 슈퍼컴퓨터를 활용해 공학 해석과 정보 분석을 해 줄 수 있는 수십 명의 전문가가 포진해 있다.

KISTI는 인적 물적 자원을 활용해 과학분석센터와 공동으로 분석 작업에 들어갔다. 그 결과 시료가 센서 부근에 정체하는 시간이 짧은 것이 포집력 약화의 원인이라는 분석을 얻을 수 있었다. 이에 따라 기체 시료의 정체 시간을 늘리도록 관로의 구조를 바꾸는 것이 좋겠다고 조언했다. 이익재 과학기술센터 대표는 “몇 가지 원인을 추정했지만 막대한 비용과 시간 때문에 분석에 엄두를 내지 못했다”며 “KISTI 분석 결과를 새로운 시스템 제작에 반영해 좋은 결과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 시간과 비용 절감으로 중소기업 경쟁력 ‘훨훨’

KISTI의 슈퍼컴퓨터를 활용한 중소기업 지원은 많은 효과를 나타내고 있다. 국내 녹즙기 시장의 90%를 차지하는 대구의 엔유씨전자는 원액기 매출이 2010년 19억 원에서 2012년 509억 원으로 껑충 뛰었다. 이 회사 관계자는 “KISTI의 컴퓨터 시뮬레이션 지원으로 원액기의 착즙률을 높이는 기술을 확보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고 말했다. 슈퍼컴퓨터를 활용한 KISTI의 중소기업 지원은 크게 3가지 경로로 이뤄진다. 회원(과학기술정보협의회·ASTI)들에게 해 주는 무료 공학 해석 지원 사업인 ‘지식 멘토링’, 중소기업청의 예산 지원을 통해 이뤄지는 ‘연구 장비 활용 사업’ 및 ‘정부 출연 사업’ 등이 그것이다. 2011년부터 이 같은 방법으로 KISTI의 지원 서비스를 받은 기업은 전국적으로 250곳을 넘어서고 있다. 최근에는 창조경제의 중소기업 지원 정책과 맞물려 크게 부각되고 있는 사업이다. 제품 개발과 개선 등의 시간과 비용을 절감시켜 중소기업을 강소 기업으로 만드는 역할을 한다.

KISTI가 그동안의 지원 사업을 분석한 결과 슈퍼컴퓨터를 활용할 경우 제품 개발 시간과 비용이 평균 46%가량 절감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박영서 KISTI 원장은 “지식 멘토링은 차별성과 우수성을 인정받아 지난해 ‘산학연 협력 우수 사례 경진대회’에서 기술 협력 최우수상을 받았다”며 “여건이 열악한 중소기업들이 슈퍼컴퓨터 혜택을 더 많이 누릴 수 있도록 지원 사업을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과학기술분석센터#중소기업#KISTI#슈퍼컴퓨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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