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고흥 커피, 그 향기로운 도전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2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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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 10여명 15만그루 국내 첫 상업적 재배

전남 고흥 농민들이 재배하고 있는 아라비카 커피체리. 고흥열대농업연구회 제공
전남 고흥 농민들이 재배하고 있는 아라비카 커피체리. 고흥열대농업연구회 제공
전남 고흥 농민들이 ‘고급 커피 재배’에 도전하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한국에서 커피를 상업적으로 재배하기 어렵다”고 예상했지만 농민들은 끊임없는 시행착오와 노력으로 커피농사를 일구고 있다.

3일 고흥군 점암면 신안리 시설하우스 5개동 1157m²(약 350평). 하우스 안에는 커피 묘목을 비롯해 체리가 달린 커피나무들이 자라고 있다. 주인 윤영일 씨(51)는 2009년부터 아라비카종 커피를 재배하기 시작했다. 아라비카종은 남미 고산지대에서 나는 고급 커피 종.

고흥에서는 윤 씨를 포함해 농민 10여 명이 시설하우스 6600m²(약 2000평)에 커피를 재배하고 있다. 국내 커피 재배면적으로는 가장 넓다. 하지만 커피 재배와 관련해 병해충 제거법 등을 몰라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커피는 적도를 중심으로 한 지역에서 재배되는 열대과일이다. 최적 생육온도는 16∼28도. 5도 이하로 떨어지면 생육이 멈춘다. 0도 이하로 떨어지면 나무가 고사한다. 전남도 농업기술원 과수연구소 관계자는 “열대 과일 재배에서 가장 어려운 것은 겨울철 난방비”라며 “농민들이 고소득 작물로 열대과일에 도전하지만 기후 때문에 애로가 있다”고 말했다.

커피는 씨를 뿌린 뒤 6∼8년 뒤부터 체리생산이 가능하다. 국내에서 제주, 강원 강릉, 경기 용인의 시설하우스에서 커피 체험학습장으로 재배 운영되고 있다. 고흥 커피는 상업적으로 국내에서 재배한 첫 사례여서 주목된다.

고흥산 커피는 2011년 30kg, 2012년 50kg, 올해 80kg이 생산됐다.농민들은 5∼10년생 커피나무를현재 300그루 키우고 있다. 체리는 개당 1000원에 판매되고 있다. 커피 마니아들은 체리를 흙에 심어 발아시킨 뒤 나무로 키우고 있다. 수입된 커피체리는 약품처리가 돼 발아율이 낮지만 고흥산 커피체리는 바로 채취한 것이어서 발아율이 100%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흥산 커피체리는 3∼5월 수확된다. 볶은 커피는 마니아들이 수확하자마자 100g에 40만 원 정도에 구입해 갈 정도로 인기가 높다.

농민들은 현재 1∼2년생 커피 묘목 15만 그루를 키우고 있다. 커피묘목 1∼2년생은 종자나 상태에 따라 3000∼1만 원에 거래되고 있다. 10년생 커피나무는 80만 원 정도로 비싸다. 농민 등 30여 명은 고흥산 커피농사를 활성화하기 위해 고흥열대농업연구회를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고흥 농민들이 커피농사에 관심을 가진 건 2009년 고흥군에서 운영하는 고흥혁신리더대학에서 김영일 박사(전남대 바이오식품연구센터 연구원)를 만나면서부터. 김 박사는 틈새작목으로 커피를 주목했다. 고흥반도 연평균 기온이 13.7도이며 일조량도 전국 평균보다 241시간이 많은 기후적 장점을 고려했다.

고흥 농민들은 지역 기온이 온화한 데다 일조량이 전국에서 가장 많은 편이어서 커피재배에 유리하다고 본다. 윤영일 씨는 “시설하우스 난방비를 연구를 통해 3분의 1 수준으로 줄였다. 수입커피는 한국에 들어오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만 고흥산 커피는 바로 수확해 볶은 것이어서 맛과 향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았다”고 말했다.

고흥 농민들은 커피 생산에 이어 판매와 문화체험 등으로 사업을 확대할 방침이다. 김영일 박사는 “고흥커피를 3조∼4조 원에 달하는 국내 커피시장의 틈새상품으로 만들고 싶다”며 “고흥에서 생산된 커피로 맥주, 떡, 아이스크림 등을 만들고 체리수확 체험까지 가능한 문화상품으로 발전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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