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회복이 먼저” 3兆 줄이려던 SOC사업 1兆만 감축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9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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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예산안 357조7000억]
■ 예산안 주요내용

26일 정부가 공개한 내년도 예산안에는 재정건전성의 악화를 어느 정도 감수하더라도 경제 회복과 일자리, 국정과제 이행을 위해 총력전을 펴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경제난으로 세수(稅收)는 줄고 있지만 최근의 대내외 여건을 감안하면 경기 대응을 위한 정부 지출을 줄일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다만 이를 두고 고착화된 저성장 기조를 과연 언제까지 재정으로 떠받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는 회의론도 나온다.

○ 정부 “내년은 경제 활력과 일자리를 위한 예산”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4일 브리핑에서 “이번 예산안을 편성하면서 경제활성화, 국정과제 수용, 재정건전성 유지라는 세 가지 과제 가운데 경제활성화를 가장 중요시했다”며 “공약 이행을 위한 재원도 기본적으로 경제활성화를 통해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국가 재정을 최대한 동원해 우선적으로 경기 회복을 뒷받침하겠다는 방침을 확고히 한 셈이다. 실제 정부는 내년 예산안의 부제(副題)도 ‘경제 활력·일자리 예산’으로 잡았다.

내년 예산안에서 정부의 이런 기조를 가장 잘 반영한 분야가 사회간접자본(SOC)이다. 애초 공약가계부 내용대로라면 내년 SOC 예산은 올해보다 3조 원이 줄어든 21조3000억 원 선이 돼야 하지만 실제로는 23조3000억 원으로 1조 원 감축에 그쳤다. 특히 기존의 4대강 사업 예산을 제외하고 따져보면 오히려 이전 정부의 연평균 SOC 예산(22조4000억 원)보다 1조 원가량 늘어난 수치다.

다만 정부는 지금까지 SOC의 기반이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다는 판단 아래 신규 투자보다는 기존 사업의 마무리와 운영의 효율성 제고 위주로 예산을 짜기로 했다. 도심 도로는 교통 혼잡구간에 대한 재정투자를 늘려 조기 완공을 유도하고, 고속도로나 민자도로는 토지보상비 지원을 통해 착공을 서두를 방침이다. 또 철도도 경부·호남 고속철도를 내년에 완공하고, 원주∼강릉 복선전철에 대한 투자액도 올해 4650억 원에서 내년 8000억 원으로 늘려 공사 속도를 높이기로 했다. 정부 관계자는 “지역공약의 경우 계속사업은 차질 없이 지원하되, 신규사업은 지역별 숙원사업 1, 2개를 우선적으로 지원한다는 원칙을 갖고 예산을 배정했다”고 설명했다. 내년 지역공약 예산은 올해보다 10% 늘어난다.

고용과 투자를 위한 재정 지출도 늘어난다. 현재 60만 개인 재정지원 일자리는 내년에 65만 개 수준으로 늘리고 전체 일자리 관련 예산도 11조8000억 원으로 7.7% 증가시키기로 했다. 양질의 시간선택제 일자리를 창출하는 기업을 위해 인건비 지원 한도를 현재 월 60만 원에서 80만 원으로 올리고, 300인 미만 사업장에서 시간선택제 근로자를 뽑으면 사업주의 국민연금 및 고용보험료 부담분을 전액 국가에서 지원하는 내용 등이 포함됐다.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위한 예산도 대폭 늘어난다. 우선 이들의 경영지원을 위한 정책금융 자금이 올해보다 24조3000억 원 늘어난다. 소상공인의 경영안정을 위한 저리 융자지원은 올해 7500억 원에서 9150억 원으로 확대되고, 전국의 골목슈퍼 2500곳이 현대식 점포(나들가게)로 육성된다. 어려운 재정여건이지만 창조경제의 기반을 위한 연구개발(R&D) 투자도 올해보다 4.0% 늘어난다.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지원, 한국형 발사체 개발, 여성과학기술인 육성 등에 나랏돈이 올해보다 많이 배정됐다.

○ 국방·치안·문화 예산도 확충…고위공무원 월급은 동결

다른 분야의 예산도 전반적으로 지원은 최대한 늘리고, 삭감은 최소화한다는 원칙하에 편성됐다. 우선 복지예산(보건·복지·노동)이 ‘공약 후퇴’ 논란이 있긴 하지만 수치상으로는 12개 분야 중 가장 큰 폭(8.7%)으로 증가했다. 총액 105조9000억 원으로 사상 처음 100조 원을 돌파한 것은 물론이고, 전체 예산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30%에 육박해 역대 가장 높은 수준이다.

국방예산은 올해보다 4.2% 증액됐다. 병사 월급과 장병 급식비가 각각 15%, 3.3% 인상된다. 이에 따라 상병 기준 월급은 올해 11만7000원에서 내년 13만5000원으로 오른다. 차세대 전투기 도입 예산도 올해의 두 배 이상인 7328억 원으로 편성됐다.

무상보육의 국고보조율이 10%포인트씩 인상되고 지방소비세율이 높아지면서 일반·지방행정 예산도 5.1% 급증했다. 지방선거에 따라 정당보조금은 올해 381억 원에서 내년 827억 원으로 크게 올랐다. 공공질서·안전 분야 예산은 경찰 인력 증원, ‘4대 사회악 척결’ 등의 공약 이행을 위해 올해보다 4.6% 높게 책정됐다. 내년에는 가정폭력 피해자 보호시설이 늘어나고 학교안전을 위한 고화질 폐쇄회로(CC)TV가 단계적으로 확충된다.

문화·예술 및 체육에 대한 지원도 늘어난다. 내년부터는 예술인 약 10만 명에게 공연장, 박물관에서 할인혜택을 주기로 했다. 또 기초수급자와 차상위 계층에게는 문화·여행·스포츠 관람에 쓸 수 있는 연 10만 원 상당의 ‘통합문화이용권’이 나오는데 청소년 자녀가 있는 가구에는 여기에 5만 원이 추가 지원된다.

정부는 다만 공공 부문의 솔선수범을 위해 3급 이상 고위직 공무원의 보수는 동결하고 하위직의 인상률은 올해 물가상승률 수준인 1.7%로 묶기로 했다. 공무원의 업무추진비와 해외출장비도 올해보다 각각 9%, 5%가량 삭감된다.

세종=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예산안#재정건전성#경제 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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