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울산 市花 장미, 市木 대나무 찬반논쟁 시끌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9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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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시장 “배꽃-은행나무, 현실과 안맞아” 시민 절반이 변경 찬성해 교체 추진
장미는 로열티, 대나무는 풀 논란 불러… 市, 일부 반대에 10월에 다시 결론내기로

울산에서 꽃과 나무를 둘러싼 ‘전쟁’이 한창이다. 울산시가 추진하는 시화(市花)와 시목(市木) 변경과 관련된 것이다. 현재 울산 시화와 시목은 배꽃과 은행나무. 울산시는 이를 각각 장미와 대나무 등으로 바꾸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 시민 절반이 변경 찬성

울산시의 상징물 변경이 본격 추진된 것은 올 7월부터. 박맹우 시장은 간부회의에서 “시화와 시목이 현실과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울산의 배 재배 면적은 계속 줄어드는 반면 울산대공원 장미축제는 울산의 대표 관광 상품이 됐다. 또 태화강 십리대숲은 울산의 상징이 된 지 오래다. 시화는 장미로, 시목은 대나무로 하는 방안이 어떻겠느냐”고 제안했다. 울산시가 지난달 12일부터 30일까지 실시한 시민 공모에서도 50% 안팎의 시민이 장미와 대나무로 변경하는 데 찬성했다. 시조(市鳥)는 현재의 백로를 그대로 두자는 의견(39%)과 까마귀로 변경해야 한다는 의견(29%)이 많았다.

▶본보 8월 13일자 A16면 “울산 새 상징물 뽑아주세요”

울산 시화와 시목으로 배꽃과 은행나무가 지정된 것은 1995년 1월 1일. 시화는 ‘울산배’의 상징성을, 시목은 수령 550년 된 울주군 두서의 은행나무(천연기념물 제64호)를 반영한 것이다. 하지만 배 재배 면적은 2003년 1448ha(약 434만 평)에서 지난해 1117ha(약 335만 평)로 30%가량 줄었다. 반면 울산대공원에 조성된 장미원은 4만4737m²(약 1만3533평, 5만5000그루)로 강원 삼척장미공원 7만 m²(2만1000여 평, 13만 그루)에 이어 전국에서 두 번째로 크다. 매년 6월에 열리는 울산장미축제에는 100만 명 이상이 찾는다.

태화강변 대나무 숲은 10리(4km)에 걸쳐 자생해 십리대숲으로 불리고 있다. 1454년 간행된 세종실록지리지에 수록돼 있을 정도로 유서가 깊다. 울산시는 십리대숲 일대를 2011년 태화강 대공원으로 조성했다.

(사)태화강보전회 김숙자 사무처장은 “전국적인 자랑거리인 태화강변의 자생 왕대나무를 시목으로 지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 환경단체는 반대

울산지역 환경단체들은 시화와 시목 변경에 반대하고 있다. 환경운동가인 ‘울산생명의 숲’ 윤석 사무국장(44)은 최근 ‘시목 대나무, 시화 장미는 후손에게 부끄러운 일’이라는 제목의 언론 기고문을 통해 의견을 밝혔다. 그는 “울산에는 ‘배내’라는 지명이 두 곳 있고 과수배의 조상격인 돌배나무와 청실배나무가 곳곳에 자생하는 등 배꽃은 명실상부한 울산의 상징 꽃”이라며 “대나무는 나무냐, 풀이냐를 놓고 학자들 간에 논란이 많고 산림법에도 ‘죽목’은 풀로 되어 있어 풀을 도시의 상징 나무로 하기는 곤란하다”고 주장했다.

‘울산생명의 숲’ 공동대표인 정우규 박사는 “장미는 대부분 외국 회사에서 개발한 품종이기 때문에 그루당 1400원 안팎의 로열티를 지불해야 한다. 울산시가 추진하는 110만 그루 장미 심기 운동이 현실화되면 로열티만 14억∼15억 원이나 된다”고 지적했다. 장미는 관리비도 많이 들고 병충해를 발생시키기 때문에 ‘생태도시’를 지향하는 울산의 이미지에 맞지 않는다는 것.

현재 배꽃이 상징화로 지정된 곳은 전남 나주시와 경기 평택시, 서울 중랑구 등이다. 장미는 인천과 경남의 상징물로 지정돼 있다. 은행나무는 서울시 등 7개 시도와 72개 기초자치단체의 상징목이다. 대나무는 전남 담양과 경남 산청, 울산 중구 등이다. 울산시는 여론조사와 전문가 의견 수렴을 거쳐 다음 달 말 상징물 선정위원회에서 시화와 시목, 시조를 최종 결정한다.

정재락 기자 raks@donga.com
#시화#시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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