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브레이크] “명백한 탬퍼링, 상도의도 모르는 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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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9월 18일 07시 00분


일본 언론은 17일 한신이 오승환(삼성)의 영입을 위해 7억엔을 준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오승환의 해외 진출 여부를 논의할 수 있는 시점은 올 시즌 종료 후 그가 프리에이전트(FA) 권리 행사를 선언한 뒤부터다. 일본 구단의 앞서나간 행보에 삼성은 불편한 기색이다. 스포츠동아DB
일본 언론은 17일 한신이 오승환(삼성)의 영입을 위해 7억엔을 준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오승환의 해외 진출 여부를 논의할 수 있는 시점은 올 시즌 종료 후 그가 프리에이전트(FA) 권리 행사를 선언한 뒤부터다. 일본 구단의 앞서나간 행보에 삼성은 불편한 기색이다. 스포츠동아DB
日 언론, 영입 관련 구체적 몸값까지 흘려
FA 선언 전에 삼성의 ‘배타적 권한’ 침해
KBO “유감스럽다”…NPB에 정식 항의


오승환(31)은 현재 엄연히 삼성 소속이다. 더구나 리그가 한창 진행 중이다. 삼성은 페넌트레이스 1위를 차지하기 위해 안간힘을 다하고 있다. 그러나 일본프로야구의 여러 팀이 ‘영입을 검토 중’이라는 소식이 현지 언론으로부터 공공연히 흘러나오고 있다. 더욱이 이제는 구체적 몸값까지 제시되고 있다. 이는 명백한 탬퍼링(tampering·사전접촉)이라고 볼 수 있다. 급기야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일본야구기구(NBP)에 현 상황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향후 똑같은 일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자제해줄 것을 공식 요청하기에 이르렀다.

일본 산케이스포츠는 17일 ‘한신이 오승환의 영입을 위해 최고 조건으로 7억엔(약 76억5000만원)을 마련했다’는 내용을 담은 장문의 기사를 보도했다. 구단 고위층의 움직임까지 세세히 전하며 한신이 오승환과 2년간 7억엔 이상의 대형 계약을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오릭스, 주니치, 라쿠텐 등이 오승환에게 관심이 있다는 그동안의 일본 언론 보도에서 한발 더 나아가 구체적인 계약조건이 거론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일본 구단들, 좀더 좁히자면 한신이 언론을 앞세워 사실상 오승환에 대한 입도선매를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 ‘상도의’를 벗어난 일본 구단과 언론

현재 일본 언론은 오릭스에서 뛰고 있는 이대호(31)의 팀 잔류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그를 붙잡기 위한 오릭스 구단의 움직임에 주목하고 있다. 이는 자연스럽고 당연한 관심이다. 적어도 올 시즌 말까지는 오릭스에 이대호에 대한 우선권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승환은 다르다. 현재 삼성 소속이고, 그의 해외 진출 여부를 논의할 수 있는 시점은 올 시즌 종료 후 오승환이 프리에이전트(FA) 권리 행사를 선언한 뒤 적법한 절차를 거쳤을 때다. 그럼에도 일본 구단과 언론은 시즌이 한창 진행 중인 가운데 구체적인 계약조건까지 흘리며 노골적으로 오승환에 대한 관심을 드러내고 있다. 최소한 올 시즌 종료 시까지는 삼성에 주어지는 배타적 권한을 일본 구단들이 침해하는 행위로 볼 수 있다.

● KBO “NPB에 정식으로 항의했다”

삼성 송삼봉 단장은 17일 “현재 일본 구단이 (오승환과) 실제 접촉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런 정황도 포착하지 못했다. 자기네들끼리 앉아서 이런 저런 얘기를 하는 모양인데, 우리가 어떤 입장을 취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말로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KBO 정금조 운영기획부장은 “오늘(17일) 오전 NPB에 유선을 통해 항의의 뜻을 전하고 앞으로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자제해줄 것을 강력히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대호 선수의 일본 진출 전에도 일본에서 앞서간 보도가 나온 적이 있어 똑같이 항의한 바 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라며 “특히 구체적인 금액까지 거론된다면, 이는 우리 리그의 건전성을 흔들 수 있는 대단히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더 근본적인 문제는 이런 KBO의 항의에도 불구하고 탬퍼링 의혹을 지울 수 없는 일본 구단의 움직임과 언론 보도가 끊이지 않고 있는 점이다. 과거에도 KBO가 항의하면 NPB는 ‘사실무근’이라는 자국 팀의 해명에 근거해 어물쩍 넘어가기 일쑤였다. ‘한·일 선수계약협정’에 의거한 리그 차원의 강력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 트위터 @kimdohon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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