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천병태]전력대란, 겨울이 더 큰 문제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9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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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병태 한국원자력문화재단 이사장
천병태 한국원자력문화재단 이사장
올여름 한국원자력문화재단은 냉방기를 가동하지 않았다. 전력 사정이 심각한 상황에서 정부의 절전 권고도 있었거니와 공공기관으로서 솔선수범을 해야 한다는 생각에서였다.

전력 사정이 이렇게 빠듯해진 것은 최근 몇 년 사이의 일이다. 30% 정도의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해 온 원전이 사건 사고 등으로 원활히 가동을 하지 못한 탓도 있지만, 전력 수요를 잘못 파악해 적기에 발전소를 건설하지 못한 이유가 더 크다. 통상 원전은 6∼10년, 석탄화력은 4∼5년이 소요되는 발전소 건설 기간을 감안하면 올겨울 전력난도 불가피해 보인다.

더욱이 연간 최대 전력 수요가 여름이 아닌 겨울에 발생하는 현상을 감안하면 올겨울 전력난은 매우 심각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에 전기요금이 열에너지 비용보다 저렴해져 난방장치로 전기스토브, 전기담요 등이 각광을 받으면서 겨울철 전력 과소비 현상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올해 말을 목표로 2035년까지 우리나라 에너지 수급의 윤곽을 정하는 ‘제2차 에너지 기본계획’이 수립 중에 있다. 2008년 수립된 ‘제1차 에너지 기본계획’에는 2030년까지 원전 비중을 59%로,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11%로 높인다는 계획이 담겨 있었다.

하지만 후쿠시마 사고로 원전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커졌고, 원전 부품 납품 비리 사건과 대형 송전망 건설을 놓고 정부와 지역 주민 간의 갈등이 커지는 등 제1차 에너지 기본계획이 만들어진 이후 5년간 대내외 환경은 급변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원전을 줄이고 신재생에너지를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 더욱 힘을 얻고 있다. 과연 그 주장은 얼마나 타당한 것인가.

신재생에너지는 발전 단가가 비쌀 뿐 아니라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어려우며 이로 인해 여러 문제를 야기한다. 독일의 경우 전체 발전시설의 14.9%를 차지하는 태양광발전이 발전량에서는 3.3%밖에 공급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3.3%의 발전량을 담당하기 위해 투자한 비용과 에너지원 간의 불균형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에너지 정책은 자국의 상황에 맞게 추진되어야 한다. 전력은 현대 산업문명을 지탱하는 근간이기에 너무 이상에 치우쳐서도, 또 기술의 발전 정도를 놓쳐서도 안 된다. 이러한 현실 인식 속에서 신재생에너지의 한계와 발전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할 것이다.

천병태 한국원자력문화재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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