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과의 승부, 간절한 꿈으로 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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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9월 13일 07시 00분


LG 류택현-KIA 최향남(오른쪽). 사진|스포츠동아DB·스포츠코리아
LG 류택현-KIA 최향남(오른쪽). 사진|스포츠동아DB·스포츠코리아
■ 노장 투수들이 사는 법 류택현·최향남

류택현

“힘보다 유연성 중요…꼭 스트레칭
매일 장뇌삼 한뿌리 보양식도 챙겨
투구에만 집중하며 최고 불펜 꿈꿔”

최향남

“이젠 몸이 원하는 충분한 휴식 취해
1kg당 50만원짜리 장어 등 보양식도
매해가 도전! 난 아직도 무기가 있다”


1971년생으로 현역 최고령 투수인 KIA 최향남과 LG 류택현. 우리 나이로 마흔세 살인 이들은 동기들은 물론 적잖은 후배들까지 이미 은퇴해 지도자로 변신한지 오래지만 여전히 현역으로 마운드에 오르고 있다. 이들이 버티는 원동력은 무엇일까. ‘나이 든 투수의 생존법’을 물었다.

● 류택현 “나이 들수록 유연성 중요, 스트레칭이 해법”

대개 나이가 들수록 선수들은 러닝과 웨이트 트레이닝에 더 집중한다. 류택현은 여기에 한 가지가 더 있다. 바로 스트레칭이다. “볼은 힘만 갖고 던지는 게 아니다. 아무리 예쁘고 완벽한 폼이라도 볼을 던지면 무리가 오기 마련”이라는 그는 “나이가 들수록 힘보다는 유연성이 필요하고, 유연성이 있어야 순발력도 생긴다”고 스트레칭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어깨근육에 최대한 무리를 주지 않으면서 구위를 유지하기 위해선 유연성을 길러주는 스트레칭이 필수라는 얘기다.

평소 술을 거의 입에 대지 않는 류택현은 데뷔 초기만 해도 홍삼 같은 영양식품과 계절음식만을 섭취했으나, 근래 들어선 매일 장뇌삼 한 뿌리씩을 먹는 등 보양식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 “프로에 처음 왔을 때만 해도, 내가 이 나이까지 뛸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고 털어놓은 그는 “앞으로 언제까지 뛴다는 보장도 없다. 후배들과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한다”고 말했다. 류택현은 한국 나이로 마흔 살이던 2010년 9월 팔꿈치 인대접합수술을 받고 재활과 테스트를 거쳐 지난해 LG에 재입단했다. 마흔 살에 수술대에 오를 때 주변에선 ‘미친 짓’이라고 말렸지만, 그는 부활의 날개를 활짝 펼쳤다.

“부모님께서 좋은 몸을 물려주셔서 감사하게 생각한다”는 류택현은 “과거에는 마운드에서 다음 볼을 어떻게 던지고, 다음 타자를 어떻게 상대할지 고민했지만, 지금은 당장 던질 볼 하나에만 집중한다”며 마운드에서 마음가짐도 시간에 따라 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나는 아직도 리그 최고의 왼손 불펜을 꿈꾼다”고 덧붙였다. 더 큰 꿈을 꿔야 살아남을 수 있는 오기와 끈기도 생긴다는 의미였다.

● 최향남 “아직도 타자를 상대할 무기가 있다”

최향남은 11일 군산 SK전을 앞두고 훈련을 마친 뒤 상의를 벗어 땀을 식혔다. 몸매는 20대 선수처럼 군살 없이 탄탄했다. “비결이요? 잘 쉬는 거죠 뭐.” 젊었을 때는 ‘운동도 열심히, 노는 것도 열심히’가 지론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몸이 먼저 휴식을 원한다. 그 내면의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불혹을 넘긴 그는 자신의 여러 욕망들을 제어할 수 있게 됐다.

보양식도 챙긴다. 틈틈이 영산강 하구에서 잡히는 자연산 민물장어를 다려서 먹는다. 1kg당 가격이 50만원에 이를 정도로 고가지만, 효능을 생각하면 돈이 아깝지 않다. 특히 스프링캠프를 앞두고 몸을 한창 만들 때 덕을 많이 본다. “몸이 자연스럽게 부풀어 오르는 느낌이 든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최향남의 고향은 전남 신안군의 도초도라는 작은 섬이다. 관광지로 유명한 비금도 근처로, 천혜의 자연환경을 자랑한다. 덕분에 어렸을 때부터 갯벌낙지, 자연산 홍어와 미꾸라지 등 청정식품만 먹었다. 지금도 그의 입맛은 자연산 음식에 익숙하다. “워낙 좋은 것들을 많이 먹으면서 자라서 그런지, 술이나 담배는 몸에서 본능적으로 거부반응을 일으켜요.(웃음)”

최근 그는 부쩍 중장년 팬들이 늘어났다는 것을 느낀다. 얼마 전에도 광주에서 식사를 하다가 “당신의 도전정신에 박수를 보낸다”는 아저씨, 아줌마 팬들을 만났다. “모든 사람들이 다 꿈이 있잖아요. 자신이 갈망했던 꿈을 저를 통해 떠올릴 수 있다면 기쁜 일이죠.” 그는 “갈망”이라는 단어를 수차례 썼다. 내년 시즌에 대해 설명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언제 은퇴할지는 모르죠. 하지만 분명한 것은 내년 1년에 대한 자신은 확실히 있다는 점이에요. 아직 제게는 타자를 상대할 무기가 있습니다.” 그에게는 매해가 도전이다. 최향남은 “내년을 위해선 10월부터 부지런히 보내야 한다”며 미소를 지었다.

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 트위터 @kimdohoney
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트위터@setupman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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