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허진석]미래를 바라보는 ‘부산 - 후쿠오카 포럼’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9월 12일 03시 00분


코멘트
허진석 국제부 차장
허진석 국제부 차장
최근 한국과 일본 간 역사 갈등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하지만 이런 가운데서도 건설적인 미래를 논의하는 현장도 있다. 6, 7일 일본 후쿠오카(福岡)에서 열린 ‘부산-후쿠오카 포럼’ 얘기다. 포럼은 겉으로는 서로 가까운 두 지방자치단체의 평범한 교류 및 협력 강화 프로그램으로 보인다. 그러나 인적·문화적 교류를 넘어 초(超)국경 경제공동체의 비전을 가졌다는 점이 남다르다.

포럼의 논의 내용은 그래서 더 구체적으로 느껴졌다. “트럭을 통째로 배로 옮기는 물류시스템 활성화를 위해 물류센터를 만들자” “부산의 영어마을로 초대하는 일본 학생 수를 늘리자” “산업분과별 포럼을 만들자” 등 실질적인 내용이 많았다.

더욱 인상 깊었던 것은 양측 참석자의 태도다. 한국 측은 일본의 우경화 같은 껄끄러운 문제는 입 밖에 내지 않은 반면 오히려 일본의 올림픽 유치를 기원했다. 일본 측 대표인 이시하라 스스무(石原進) JR규슈 회장은 포럼이 끝난 뒤 가진 오찬에서 “일본이 주변국에 식민지의 고통을 안겨준 것을 인정하지 않는 사람은 여기에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국 측 참가자들을 배려한 ‘사죄의 표현’이었다. 지금과 같은 한일 간 갈등이 미래에 영향을 줘서는 안 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부산은 서울에서 약 400km, 후쿠오카는 도쿄(東京)에서 약 900km 떨어져 있지만 두 도시 간 거리는 200여 km에 불과하다. 2006년 9월 결성된 포럼은 올해로 8회째다. 양측의 경제 교육 미디어 법률 분야 인사가 12명씩 거의 고정적으로 사비를 들여 참여한다. 대표와 간사는 한국 측에선 이장호 전 BS금융지주 회장과 장제국 동서대 총장이, 일본 측에선 이시하라 JR규슈 회장과 마쓰바라 다카토시(松原孝俊) 규슈대 한국연구센터장이 맡고 있다. 포럼에는 허남식 부산시장과 다카시마 소이치로(高島宗一郞) 후쿠오카 시장이 매년 참석해 포럼에서 나온 제안을 정책으로 옮기는 일을 도모하고 있다.

두 도시의 목표는 ‘일일생활권의 경제공동체’다. 지금은 아득해 보이지만 그리 멀게 느껴지지도 않는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의 왜곡된 역사인식이 없었다면 양국 중앙정부가 논의하고 있을 주제일지 모른다. 두 지방 도시의 노력은 그래서 돋보였다.

우리의 전통악기 부(缶)는 울림통의 가장자리를 치면 가운데에서 우아한 소리가 난다. 부산-후쿠오카 포럼이 한일 양국의 갈등이 고조되는 시점에서 중앙정부를 움직일 부의 가장자리 역할을 해나갈 것으로 기대한다. ―후쿠오카에서

허진석 국제부 차장 jameshuh@donga.com
#일본#역사 갈등#부산-후쿠오카 포럼#경제공동체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