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고미석]라이따이한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9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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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최초의 사회적 기업 ‘코토(KOTO·Know One, Teach One)’는 레스토랑과 교육센터를 운영한다. 거리에서 방황하는 아이들을 데려다 2년 동안 기술과 영어, 레스토랑 서비스 등을 가르친다. 사이공과 하노이의 식당에서 실습을 마친 훈련생들은 큰 호텔 등에 취업한다. 14년간 700여 명이 반듯한 사회 구성원으로 다시 태어났다.

▷불우한 청소년들에게 물고기를 주는 대신 낚시하는 법을 가르쳐준 코토의 설립자는 한국인 아버지와 베트남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라이따이한’이다. 그의 이름은 지미 팸(문용철) 씨. 1960년대 후반 사업차 베트남에 왔다 자신을 낳고 떠나버린 아버지와는 훗날 영정사진으로 상봉했다. 최근 그는 가나안농군학교 설립자 김용기 선생을 기리는 제5회 청년일가상을 수상하면서 그간의 노력을 위로받았다.

▷2007년 TV 드라마 ‘황금신부’에선 한국으로 시집온 라이따이한이 여주인공으로 등장했다. 한국 가정에 정착하기까지의 고달픈 삶은 해피엔딩으로 끝나지만 드라마 밖 현실은 냉혹하다. 2007년 한국인 남편이 19세 아내를 구타해 숨지게 한 사건이 대표적이다. 1992년 양국의 수교 이후 베트남 여인과 한국 남성 사이에 태어난 아이들을 신(新)라이따이한이라 부르기도 한다. 이들을 바라보는 시선도 그리 살갑지 않다. ‘리틀 싸이’ 황민우 군은 엄마가 베트남인이란 이유로 악플의 표적이 되기도 했다.

▷수교 협상 당시 한국 측 대표단이 “악연이라도 유연(有緣)이 무연(無緣)보다 낫다”고 말하자 베트남 측은 “우리는 현명한 민족이다. 과거에 집착해서 미래를 포기할 수 없다”고 화답했다. 중국의 침략을, 프랑스의 식민통치를, 미국과의 전쟁을 이겨낸 민족의 강인함과 자긍심이 느껴진다. 베트남을 국빈 방문한 박근혜 대통령과 쯔엉떤상 국가주석은 그제 정상회담에서 과거보다 미래를 얘기했다. 우리 일상 속에 쌀국수와 월남쌈이 거부감 없이 자리 잡은 지도 오래. 남은 과제는 라이따이한이든 신라이따이한이든 차별 없이 포용하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다.

고미석 논설위원 mskoh1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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