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소리 100단’ 문소리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9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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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스파이’서 코믹연기로 복귀

문소리는 “하이힐 신고 아스팔트 위를 뛰어다니는 연기가 힘들다”며 윤제균 제작자에게 푸념했다. 그러자 돌아오는 대답. “할리우드 여배우들은 다 하던데….”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문소리는 “하이힐 신고 아스팔트 위를 뛰어다니는 연기가 힘들다”며 윤제균 제작자에게 푸념했다. 그러자 돌아오는 대답. “할리우드 여배우들은 다 하던데….”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평소 괄괄하고 밝은 성격의 문소리(39). ‘효자동 이발사’(2004년) ‘사랑해 말순씨’(2005년)에서 그가 코미디 연기에 일가견이 있다는 걸 알아봤다. 5일 개봉한 ‘스파이’에서 그는 비로소 잠재된 코미디 본능을 제대로 뽐낸다.

영화에서 맡은 역은 국가정보원 요원 철수(설경구)의 아내 영희. 악질 테러리스트들을 오금 저리게 하는 남편도 ‘잔소리 100단’ 영희 앞에서는 고양이 앞의 쥐다. 하지만 영희도 잘생긴 테러리스트 라이언(다니엘 헤니)의 의도적 접근에 꼼짝 못 하고 당하는 ‘허당’이다.

문소리는 이 영화로 2009년 ‘하하하’ 이후 4년 만에 주연으로 복귀한다. 2006년 말 장준환 감독과 결혼한 이후 그동안 아이를 낳고 키우는 데 바빴다. 10일 서울 종로구 카페에서 그를 만났다.

“여배우는 1년만 쉬어도 잊혀질까 봐 불안해요. 그래서 복귀 작품인 이 영화 아주 열심히 찍었어요.”

설경구와는 2002년 ‘오아시스’ 이후 11년 만에 다시 만났다. 평소 서로 “징글징글하게 친하다”라고 말하는 두 사람이다. 설경구가 재작년 3월 이 영화 출연을 제안했다. 다음은 문소리가 전한 당시 두 사람의 늦은 밤 통화 내용.

“뭐하냐? 술 먹으러 나와라.”(설)

“오빠, 나 집이 평택인데, 거기(서울)를 어떻게 가?”(문)

“나랑 영화 하나 하자. 이명세 감독이고 제작자는 윤제균이다.”(설)

“근데, 나 임신해서 8월부터는 못 찍는데.”(문)

“감독님, 소리 임신했대요. 축하해. 우하하.”(설)

다행히 촬영 시작이 늦어졌다. 그는 출산과 모유 수유를 마치고 지난해 초 영화에 합류했다. 촬영 중 이명세 감독은 제작자와의 이견으로 이승준 감독으로 바뀌었다. “액션 장면이 많아요. 하이힐 신고 뛰는데, 몸조리를 제대로 못 했는지 뼈마디가 쑤셨죠.”

그런데 촬영 중 평택 집에서 쉬다가 뱀에 물렸다. 뱀 독 때문이었는지 거짓말처럼 몸이 다 나았다. “촬영장에서 제 별명이 ‘독 있는 여자’였어요. 다니엘 헤니는 아직도 만나면 ‘뱀, 괜찮아요?’라고 물어요.”

1999년 ‘박하사탕’으로 데뷔한 그는 2002년 ‘오아시스’의 장애인 역할로 베니스영화제 신인여우상을 타며 연기력을 인정받았다. 올해 우리 나이로 마흔인 그의 차기작은 40, 50대 아줌마의 발칙한 성과 사랑을 담은 ‘관능의 법칙’. 제작사 명필름이 만들고 엄정화 조민수가 그와 호흡을 맞춘다.

“2003년 솔로들의 연애를 그린 ‘싱글즈’의 40, 50대 버전으로 보면 돼요. 원래 제 역할은 50대였는데, 나이도 낮추고 노출은 좀 빼자고 했죠.”

다음 달 남편 장준환 감독은 ‘지구를 지켜라’(2003년) 이후 10년 만에 신작 ‘화이: 괴물을 삼킨 아이’를 선보인다. 장 감독은 ‘지구를 지켜라’로 모스크바 영화제 감독상을 타는 등 해외 영화제를 휩쓸었다.

그가 영화처럼 집에서도 무서운 아내인지 궁금했다. “제가 마흔다섯인 경구 선배에게도 반말을 하는데, 세 살 차인 남편에게는 존대를 해요. 심지어 문자 메시지에도 ‘요’자를 붙여요. 감독과 배우로 만나서 그런가 봐요. 경구 오빠가 그래요. ‘저 지지배는 남편에게는 존대를 하고 나한테는 반말하는 미친 년’이라고요.”

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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