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day View]이호준 “NC와서 회춘했다고요? 창원과 찰떡궁합이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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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9월 9일 07시 00분


NC 이호준은 프리에이전트(FA) 계약의 모범사례로 꼽힌다. 1군 막내 NC로 유니폼을 갈아입은 그는 주장의 중책까지 맡았지만, 제2의 전성기를 보내고 있다. 신인의 자세로 돌아갔다는 이호준(왼쪽 끝)이 6월 20일 마산 LG전에서 끝내기안타를 치고 동료들과 하이파이브를 나누고 있다. 스포츠동아DB
NC 이호준은 프리에이전트(FA) 계약의 모범사례로 꼽힌다. 1군 막내 NC로 유니폼을 갈아입은 그는 주장의 중책까지 맡았지만, 제2의 전성기를 보내고 있다. 신인의 자세로 돌아갔다는 이호준(왼쪽 끝)이 6월 20일 마산 LG전에서 끝내기안타를 치고 동료들과 하이파이브를 나누고 있다. 스포츠동아DB
■ NC 든든한 맏형 이호준

에러 많던 어린선수들 이젠 호수비 척척
4월11일 첫승 계기 우리 모두 달라졌죠
개인목표 초과…20홈런 90타점 재조정
계약기간 4년내 KS 우승하고 은퇴할 것
구단 배려로 아들 시구…최고 아빠 됐죠


포털사이트에서 이호준(37·NC)의 이름을 검색하면, ‘인생은 이호준처럼’이라는 연관검색어가 뜬다. 남부럽지 않은 선수생활을 하면서 두 차례의 프리에이전트(FA) 계약에 성공했고, 아름다운 아내와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세 아이가 든든히 힘을 불어넣는다. 이 정도면 이호준의 인생은 ‘대박’, 그 이상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이제 ‘야구선수’와 ‘가장’ 외의 또 다른 역할에도 ‘이호준처럼’이라는 수식어를 붙여도 좋을 것 같다. ‘주장’이다.

1군에 첫 발을 들여놓은 신생팀 NC 다이노스의 캡틴. 이것이 그에게 맡겨진 세 번째 역할이었다. 전 소속팀 SK에서도 주장은 해봤다. 그러나 올해 받은 완장의 무게는 이전과 비교도 할 수 없이 무거웠다. 실수를 연발하며 좌충우돌하는, 모든 게 처음인 팀과 후배들. 그 안에서 그가 해야 할 역할이 산더미였다.

처음에는 홀로 질주하는 100m 달리기였다. 그 다음에는 어깨동무를 하고 동료를 이끄는 ‘2인3각’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다 함께 힘을 이어받으며 한 시즌을 나는 장거리 계주가 완성됐다. 주장의 임무가 줄어들수록, 팀은 단단해졌다. 이호준의 책임감과 후배들의 열정이 서서히 조화를 이루고 꽃을 피우고 있다.

마흔이 가까워오는 베테랑은 이제 “야구장 나오는 게 정말 설렌다”며 활짝 웃는다. 그래서 스포츠동아가 이호준을 만났다. NC의 리더이자 백전노장, 그리고 한 가족의 일원인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어서였다. 그러나 그는 자기 자신에 대한 질문에도 끊임없이 팀 얘기로 돌아갔다. 결국은 ‘NC의 이호준’과 나눈 인터뷰였다.

● NC의 리더 이호준

-이제 NC의 첫 시즌이 끝나간다. 올해를 돌아본다면.

“아쉬운 점도 있었고, 좋은 부분도 있었다. 다행히 아쉬웠던 부분이 점점 좋은 부분으로 변하고 있는 것 같다. 내년이 밝아 보인다.”

-시즌 초반과 지금, 어떤 점이 가장 다른가.

“초반에는 다들 부담감도 있었고, 역시 신생팀이라 어린 선수들의 플레이에 깜짝깜짝 놀라기도 했다. 평범한 땅볼인데 갑자기 에러가 되면서 경기가 뒤집힌다든지 하는 것들. 일년에 한두 개 나올 실수들이 4월에 무더기로 나와서 당황했다. 지금은 나이스 플레이들이 많이 나온다. 또 다들 자기 포지션에서 자리 잡으려고 열심히 하는 모습들이 눈에 보인다. 그래서 나도 힘이 나고 많이 배운다. ‘어렸을 때 나도 저랬지’ 하고 떠올리기도 한다.”

-결정적으로 팀이 달라졌다고 느낀 계기가 있었나.

“아무래도 첫 승(4월 11일 잠실 LG전) 때인 것 같다. 시즌 두 번째 경기(4월 3일 마산 롯데전)에서 9회말 끝내기 기회를 잡았다가 주자가 홈에서 아웃돼 진 적이 있다. 그게 개막 7연패까지 이어졌다. 그 기간 동안 자신감이 많이 떨어지고 겁이 났다. 1승을 언제 할지 조마조마해 하다가 어이없는 플레이도 많이 나왔다. 그 후에 9연패도 했지만 그 정도로 힘들진 않았다. 그때가 선수들이 반성하는 계기였던 것 같다.”

-팀에서 ‘제2의 이호준’이 될 듯한 후배가 보이나.

“에이, 이호준 말고 더 앞을 봐야지. 이승엽(삼성)이라든지.(웃음) 사실 난 후배들이 메이저리그처럼 더 큰 목표를 세워놓고 야구했으면 좋겠다. 류현진(LA 다저스)을 보면서 다시 한번 느낀 부분이다. 20년이 지나보니 ‘좀더 어렸을 때 정신 차리고 야구했다면 나에게도 한번쯤 좋은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더라. 후배들은 그런 모습을 부러워하지만 말고, 지금부터 자기관리를 잘해서 더 높은 곳을 봤으면 좋겠다.”

NC 이호준. 스포츠동아DB
NC 이호준. 스포츠동아DB

● 베테랑 야구선수 이호준

-그렇다면 올해 스스로의 성적에 대해선 어떻게 평가하나.

“할 만큼 한 것 같다. 시즌 전 생각했던 수준에 근접했다. 홈런 15개에 80타점을 목표로 했는데, 홈런은 벌써 넘었고 타점도 다 했다. 그래서 일단 홈런 20개에 90타점으로 상향조정했다.”

-‘NC의 이호준’이 이전의 자신과 달라진 점이 있다면.

“더 활기차졌다. 더 즐겁다. 야구가 한참 잘 되던 2003년, 2004년의 기분이다. 야구장에 일찍 나가고 싶고, 빨리 게임도 하고 싶다. 타석에서도 자신감이 생긴다. 무엇이든 해도 될 것 같은 긍정적 기분이 넘친다. 내가 NC의 역사를 함께 써나가고 싶은 의욕도 생겼다. 어떻게 보면 신인 같은 마음으로 돌아온 거다.”

-그런 마음이 바로 ‘회춘했다’는 평가까지 받는 비결인가.

“정작 난 비결을 몰랐다. 그런데 김경문 감독님이 ‘넌 창원하고 궁합이 잘 맞는 것 같다’고 하시더라. 내 생각으로는 감독님과 코치님들, 프런트까지 전부 다 궁합이 맞는 것 같다. 사실 지도자와 잘 안 맞으면 선수가 뭔가 보여주지 못하고 엇나갈 수도 있다. 그런데 감독님이 늘 강조하시는 부분이 내 마음과 일치한다. 몸과 마음이 편하니 스트레스를 안 받는다. 그게 성적으로 연결된다.”

-우승도 경험했고, FA 계약도 두 번 했다. 이제 남은 꿈은 뭔가.

“딱 두 개다. NC에서 현역 선수로서 창단 첫 한국시리즈 우승을 함께 하는 것, 그리고 이 팀에서 좋은 이미지를 남기고 은퇴하는 것.”

-은퇴까지는 얼마나 남은 것 같나.

“지금 마음 같아서는 남은 계약기간 3년 안에 우승을 하고, 그 해에 바로 은퇴하고 싶다. 그렇지만 그때 가면 또 욕심이 생기지 않을까.(웃음) 그동안 우승하고도 한번도 울어본 적이 없는데, 아마도 여기서 우승하면 눈물 콧물 다 짤 것 같다. 그만큼 하고 싶다.”

● 아들, 그리고 아버지 이호준

-아버지께서는 올해 아들을 보고 어떤 말씀을 하시나.

“지난해에 ‘데뷔 이후 가장 야구를 잘한다’고 칭찬하셨는데, 올해는 더 깜짝 놀라신다. ‘이러다가 FA 한 번 더 하는 거 아니냐’면서.(웃음) 대신 나이가 있으니 부상을 걱정하신다. 시즌 전에 녹용을 지어주셔서 먹고 시작했다. 전화도 자주 하시긴 하는데, 이젠 1안타 친 날은 넘어가고 2안타도 결정적인 걸 쳤을 때나 하신다. 3안타나 홈런 정도는 쳐야 ‘축하한다, 감 좋다, 계속 이어가라’는 전화가 온다.(웃음) 그래도 ‘몸 어떠냐’는 질문을 가장 많이 하신다.”

-세 자녀도 다들 NC팬이 됐겠다.

“당연하다. 애들뿐만 아니라 같은 반 아이들도 다 NC팬이다. 사실 큰 아들이 초등학교 4학년이던 작년에 야구를 시작했다가 3개월 하고 힘들다고 그만뒀다. 힘든 걸 알아서 그런지, 야구를 그만두고 나서 아빠를 굉장히 존경한다.(웃음) 사실 아들이 야구에 재능이 좀 많아 보였다. 마음 같아선 다시 시키고 싶지만, 열 번 넘게 꼬셔봐도 잘 안 넘어온다. 아직 늦지 않았으니 다시 기회를 봐야 할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아들의 시구(8월 25일 마산 SK전)는 좋은 경험이 됐을 것 같다.

“그렇다. 스스로도 평생 잊을 수 없는 날이라고 하더라. 뿌듯했고, 구단에 고맙게 생각한다. 인천에 있는 식구들과 떨어져 살아서 늘 미안했는데 한 방에 만회했다. 친구들에게 스마트폰 메신저로 꼭 TV 보라고 잔뜩 자랑했다고 한다. 내가 포수했는데, 원바운드로 들어왔다. 다음에 한 번 더 하면 더 잘할 수 있을 거라고 하던데.(웃음)”

창원|배영은 기자 yeb@donga.com 트위터 @goodgo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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