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첩으로 남은 ‘이순신 선무공신교서’ 두루마리 원형으로 복원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8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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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포지엄서 보존처리 과정 공개

충남 아산시 현충사에 소장된 보물 제1564호인 이순신 선무공신교서. 원래 두루마리였던 교서는 후대로 내려오며 서첩(아래 사진)의 형태로 바뀌어 전해졌다. 이를 2008년 보존처리 과정을 통해 원형대로 복원했다. 문화재보존과학센터 제공
충남 아산시 현충사에 소장된 보물 제1564호인 이순신 선무공신교서. 원래 두루마리였던 교서는 후대로 내려오며 서첩(아래 사진)의 형태로 바뀌어 전해졌다. 이를 2008년 보존처리 과정을 통해 원형대로 복원했다. 문화재보존과학센터 제공
흔히 서화를 족자나 병풍으로 꾸미는 일을 ‘표구(表具)’라고 한다. 하지만 이 용어는 일제강점기 때 일본풍이 들어오며 생긴 말로 원래 조선에서는 ‘장황(粧O)’이라고 불렀다. 장황이 표구로 바뀐 것처럼 이 땅의 서화 보존처리는 전통 기법이 상당 부분 유실됐다. 21세기 한국의 문화재 보존처리는 현대 과학기술을 바탕으로 이런 전통을 되찾는 일이기도 하다.

그런 의미에서 29일 서울 국립고궁박물관에서 국립문화재연구소 문화재보존과학센터 주최로 열린 국제학술심포지엄 ‘유기질문화재 보존처리의 현황과 전망’은 큰 의의를 갖는다. 유기질문화재란 서화에 쓰이는 종이나 가죽, 목재로 이뤄진 문화재를 말한다. 이날 심포지엄은 이런 섬세한 유기질 유물의 국내 보존처리 성과를 공유하고 해외 연구사례를 배워 개선점을 찾는 자리였다.

심포지엄에서는 박지선 용인대 문화재학과 교수(53)가 보물 제1564호 ‘이순신 선무공신교서’를 보존처리했던 과정을 전해 눈길을 끌었다. 2008년까지 교서는 제작 당시의 두루마리가 아닌 서첩으로 보관돼 있었다. 명확하지는 않으나 20세기 초 일본의 영향을 받으며 유행을 좇아 변질된 것으로 추정된다. 보존처리팀은 배접지(褙接紙·전통 장황 방식으로 여러 겹 겹쳐 붙이는 종이)를 일일이 떼어내고 재처리해 지금 일반인들이 마주하는 두루마리 형태로 되살렸다. 박 교수는 “단순히 원형 복원이 능사가 아니라 유물의 보존에 무엇이 최선의 방식인가를 고민하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근대문화재도 보존처리는 중요하다. 배순화 서울여대 강사(47)는 성철 스님(1912∼1993)의 두루마기를 보존처리한 경험을 사례로 들었다. 성철 스님은 평생 옷을 손수 기워가며 입어 의복은 누더기처럼 낡았으며 잦은 푸새(옷에 풀을 먹이는 일)로 뻣뻣했다. 일견 낡은 게 문제처럼 보이지만 시급한 것은 푸새였다. 입을 때는 풀을 먹인 게 옷의 형태를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되지만 장기간 보관할 경우 푸새는 곰팡이나 해충의 피해를 유발할 가능성이 높았다. 배 강사는 효소와 활성제를 이용해 여러 번에 걸쳐 풀을 제거하는 방식으로 이를 해결했다.

이날 심포지엄에서는 해외 보존처리 사례도 다양하게 소개됐다. 덴마크국립박물관은 중세 바이킹 시대 목재선박을 진공 상태에서 동결 건조시키는 방식을 소개해 주목을 받았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이순신#유기질문화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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