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북한, 先軍 대신 先黨으로 병영국가 틀 벗나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8월 27일 03시 00분


북한 관영통신들은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 겸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당 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를 주재해 ‘중요한 결론’을 내렸다고 어제 보도했다. 올 2월 같은 회의를 열었던 김정은이 중요한 결론을 내렸다고 한 지 며칠 지나지 않아 북한은 3차 핵실험을 감행했다. 다만 현재 국면은 북한이 군사적 도발을 할 분위기는 아니어서 인민군에 대한 당의 영도(領導)를 강화하는 결정을 내렸을 가능성이 있다.

김정은은 그제 ‘선군절(先軍節)’을 맞아 “당의 영도는 인민군대의 생명이며 당의 영도를 떠나서는 인민군대의 위력에 대해 말할 수 없다”며 당의 역할 강화를 역설했다. 당을 ‘혁명의 참모부’로 지칭했고 당의 두리(주위)에 군대와 인민을 하나로 묶어야 한다는 말도 했다. 국가 운영의 기조를 선군에서 선당(先黨)으로 전환하겠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사실 북한은 김일성 때부터 당을 국가, 사회, 군대를 지도 통제하는 최고의 권력기구로 선언했다. 하지만 김정일 체제가 출범하면서 이른바 선군정치를 지도이념으로 삼았다. 당보다 군을 우대한 것이다. 대홍수와 기근으로 ‘고난의 행군’을 겪으면서 당의 무능과 부패를 강력 비난했던 김정일은 유일한 가용자원인 군사부문을 장악해 체제를 유지했고, 군대는 김정일의 비호 아래 무소불위의 힘을 키웠다.

당 우위를 강조하는 것은 적극적으로 해석하면 당이라는 시스템을 활용한 ‘정상적’ 통치 복원의 신호탄으로 볼 수도 있다. 이영호 인민군 총참모장 숙청, 현영철 총참모장의 2계급 강등(降等) 등의 급격한 인사조치는 군의 ‘힘빼기’로 보인다. 현재 군 최고실세인 최룡해 총정치국장도 군 출신이 아니다.

아직 북한이 명시적으로 선군정치 노선을 폐기한 것은 아니지만 변화의 조짐을 보이는 것은 긍정적 신호라 할 수 있다. 선군체제하에서 북한은 수많은 대남 무력 도발을 자행하는 호전적인 모습을 보였다. 북한은 군사적 긴장 수위를 완화해 병영국가의 길을 접고 세계의 질서에 호응해 정상국가로 나아가야만 미래가 있다. 북한의 국제사회 복귀도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개혁 개방으로 나아가겠다는 통 큰 결단을 내릴 때야만 가능하다. 북한은 핵과 경제개발의 병진노선이라는 헛된 꿈에서 깨어나 개혁 개방으로 방향을 틀어야 한다.
#북한#김정은#인민군#당의 영도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