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독했던 영어수업 덕분에 국제바둑연맹 사무국장 됐어요”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8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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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송대 솔브릿지국제대학 졸업한 프로바둑 3단 이하진 기사

6월 17일 우송대 솔브릿지국제대학 4층 강당. 수수한 표정에 해맑은 인상이 눈길을 끄는 여학생이 이날 졸업생 수료식에서 대표로 고별사를 맡았다.

수석의 영광을 차지한 이 학생은 평균 4.5점 만점에 4.4점대 학점을 받았다. 졸업도 3년 반 만에 했다. 우송대가 국내 처음으로 도입한 1년 4학기제를 활용한 덕분이다.

더욱 놀라운 건 그가 정상급 여자 프로바둑 기사란 사실이다. 2004년 중학 3학년 때 프로바둑 기사로 입문한 뒤 2008년 전자랜드배 주작왕전 우승, 2009년 여류국수왕전 준우승 등 화려한 경력을 지녔다.

주인공인 프로바둑 3단 이하진 씨(25·사진)는 어릴 때부터 줄곧 바둑 하나만 보고 달려왔지만 항상 공부에 대한 목마름이 있었다. 프로기사로 외국에 초청받아 갈 때마다 영어를 잘 못해 힘들었다. 이러한 경험은 영어 공부에 대한 필요성을 더 크게 했다.

이런 그의 눈에 들어온 학교가 솔브릿지국제대였다. 이 씨는 “외국 명문대 출신 교수진이 영어로 수업을 한다는 점이 일단 마음을 끌었다. 글로벌 환경에 부합하는 학교 커리큘럼 역시 매력적이었다”고 설명했다.

학교 다닐 때는 프로바둑 기사란 신분은 철저하게 숨겼다. 교수들이나 다른 학생들이 선입견을 갖고 자신을 바라보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 때문이었다. 이 씨는 “처음 몇 달 동안은 수업의 절반도 따라가기 힘들 만큼 어려웠다”고 털어놨다. 낮에는 바둑 두고 밤새 공부를 한 날도 손꼽을 수 없을 만큼 많았다.

그런 그를 버티게 해준 것은 꿈과 열정. 시간이 흐르면서 자신감도 붙었다. 어려운 경영학, 커뮤니케이션 이론 등을 영어로 공부하면서도 위축되지 않았다. 땀과 노력은 그를 배신하지 않았다. 재학 기간 내내 장학생으로 뽑혔고 수석 졸업의 영광까지 차지했다.

이 씨는 내년에 국제바둑연맹(IGF) 사무국장으로 활동한다. 내년부터 2년 동안 한국이 IGF 의장국이 되면서 사무국도 한국으로 옮겨온다. 그는 국제회의, 행사 등을 기획, 관리하는 핵심 역할을 맡게 된다. 이 씨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앞으로 바둑을 세계에 널리 알리는 전도사가 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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