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美 양적완화후 몰려온 외자 유출 대비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8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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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우린 위기국가와 경제체력이 다르다” 낙관하지만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연내에 시중에 푼 돈줄을 되감는 ‘양적완화 축소’에 나선다는 게 기정사실화하면서 신흥국 위기설이 증폭되고 있다. 한국 금융시장은 상대적으로 평온한 모습을 보였다.

정부 당국과 전문가들은 “위기 징후를 보이는 국가들과 한국은 기초 체력이 다르다”며 위기 확산설을 일축했다. 하지만 2008년 양적완화 이후 몰려온 외국계 자금이 한꺼번에 빠져나가는 최악의 시나리오에도 대비하며 긴장의 끈을 놓지 말아야 한다는 지적도 힘을 얻고 있다.

○ 체력 좋은 한국 금융시장 ‘상대적 평온’


22일 코스피는 전날보다 18.34포인트(0.98%) 떨어진 1,849.12로, 원-달러 환율은 5.6원(0.5%) 오른 1123.0원으로 각각 마감했다. 일본 닛케이평균주가(―0.44%), 중국 상하이종합지수(―0.28%)보다는 낙폭이 컸지만 필리핀(―5.96%), 인도네시아(―1.12%) 등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사정이 나았다.

이는 한국의 ‘경제 체력’이 일본이나 중국을 제외한 다른 아시아 국가들보다는 낫다고 인정받은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한국이 346억 달러의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면서 인도는 976억 달러 적자, 인도네시아는 310억 달러 적자를 보일 것이라고 예측했다. 한국의 외환보유액은 7월 말 기준 3297억 달러로 중국, 일본, 러시아, 스위스, 대만, 브라질에 이어 세계 7위다. 인도는 2800억 달러, 인도네시아는 930억 달러로 한국보다 적다. 재정건전성을 보여주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수지 비율의 경우 한국은 2.4%이지만 인도는 ―8.3%, 인도네시아는 ―2.8%다.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는 이날 “글로벌 경제, 금융 환경 변동 등 대내외 불안요인이 한국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며 한국 국가신용등급(AA―)을 현행대로 유지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20일 인도의 국가신용등급을 투기 등급으로 강등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피치가 7월 말레이시아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한 것과 비교된다.

○ 급격히 들어온 외국인 자금이 변수

일각에서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잠잠해진 2009년 이후 한국으로 대거 들어온 외국인 자금의 움직임에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7월 말 현재 외국인이 국내에 투자한 주식·채권 자금은 488조8780억 원에 이른다. 2008년 말(170조7166억 원)과 비교하면 4년 7개월 만에 186.4% 증가했다. 문제는 미국 등 일부 국가 또는 특정 투자자가 들여온 자금 비중이 커 자칫 ‘큰손’ 투자자가 한국 비중을 줄이기라도 하면 금융시장이 충격을 받을 수도 있다는 점이다. 채권시장에서 미국계 자금은 22조2000억 원으로 전체 외국인 투자액의 21.5%를 차지한다. 원화채권을 가장 많이 가진 것으로 알려진 프랭클린템플턴투신운용의 보유 규모만 28조1900억 원에 이른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가 IMF 자료를 분석한 결과 한국에서 단기간에 유출될 가능성이 있는 자금은 지난해 말 기준 3210억 달러로 말레이시아(1970억 달러), 인도(1490억 달러) 등에 비해 월등히 많았다.

이상훈 기자 january@donga.com
#양적완화 축소#한국 금융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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