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벽화 사상최악의 복원’ 화가 돈방석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8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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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숭이 예수’로 인터넷 인기폭발… 스페인 시골교회에 관광객 몰려들어
기념품 등 작품 수익의 49% 받아

스페인 동북부 보르하 시의 한 교회에 있는 19세기 예수 벽화 원작(왼쪽)을 보고 세실리아 히메네스 씨가 복원한 작품(오른쪽)에는 예수 모습이 원숭이처럼 보인다. 가운데는 복원 직전 훼손된 상태의 벽화. 엘페리오디코
스페인 동북부 보르하 시의 한 교회에 있는 19세기 예수 벽화 원작(왼쪽)을 보고 세실리아 히메네스 씨가 복원한 작품(오른쪽)에는 예수 모습이 원숭이처럼 보인다. 가운데는 복원 직전 훼손된 상태의 벽화. 엘페리오디코
스페인 동북부 보르하 시에 사는 여성화가 세실리아 히메네스 씨(82)는 지난해 8월 이 지역 한 교회의 훼손된 벽화를 복원한 뒤 큰 비난에 직면했다. 가시 면류관을 쓰고 박해받는 19세기 예수 벽화를 복원하면서 원작과는 전혀 다른 원숭이 그림을 그린 것이다.

만화에 나올 법한 원숭이 그림에서 면류관을 쓴 예수의 모습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원작 화가 후손들은 큰 충격을 받았고 스페인 언론은 ‘역사상 최악의 복원’, ‘망친 작업’이라며 비판을 쏟아냈다.

그러나 상식을 벗어난 엉뚱한 복원 작품은 히메네스 씨는 물론 교회와 지역 사회에도 뜻하지 않은 부(富)를 안겨주고 있다고 AFP통신이 21일 보도했다.

히메네스 씨 작품은 먼저 인터넷에서 인기를 끌면서 ‘이 사람을 보라(Behold the Man)’라는 원제목이 아닌 ‘이 원숭이를 보라(Behold the Monkey)’라는 제목으로 알려졌다. 이후 이 ‘실패작’을 보기 위해 지금까지 7만여 명이 작품이 있는 시골 교회를 방문했다. 교회 재단은 관광객들로부터 입장료를 받아 약 5만 유로(약 7500만 원)의 수익을 올렸다. 관광객이 몰리면서 주변 지역 상업도 활성화됐다. 교회 재단은 앞으로 ‘원숭이 예수’ 그림을 컵 우산 포도주병 등 기념품에도 새겨 넣을 방침이다.

히메네스 씨도 큰돈을 벌게 됐다. 교회 재단이 그의 작품을 통해 벌어들이는 수익 가운데 49%를 주기로 계약했기 때문이다. 히메네스 씨는 현지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제 모든 사람이 기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원숭이 예수 그림을 자신이 의도적으로 그린 것인지 아니면 우연히 잘못 그린 것인지에 대해선 말하지 않았다.

김기용 기자 k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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