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서점의 대명사’ 휘청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8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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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스앤드노블 석달새 974억원 손실… 온라인부문 경쟁력 못키워 경영난
“보더스처럼 파산할수도” 우려까지

1990년대 서점 시장에서 체인화 대형화를 주도하며 미국 서점의 대명사로 군림해 온 반스앤드노블이 최근 경영 악화로 휘청거리고 있다. 아마존으로 상징되는 미국 서점의 온라인화 바람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결과다. 이러다가는 2011년까지 업계 2위였다가 파산한 보더스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20일은 ‘반스앤드노블 수난의 날’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뉴욕 증시에 상장된 주가는 하루 동안 15% 폭락한 14.17달러에 마감해 올해 2월 이후 최저치를 나타냈다.

주가가 큰 폭으로 떨어진 이유는 우선 최근 3개월(지난달 27일까지)의 실적이 8700만 달러(약 974억4000만 원)의 순손실을 나타냈기 때문이다. 전국 674개 대형 오프라인 매장과 인터넷 서점(bn.com)을 통한 매출은 이 기간에 10%가량 줄었다고 회사 측은 밝혔다.

반스앤드노블 창업자인 레너드 리지오 이사회 의장이 적자투성이인 오프라인 서점 소매 사업 부문을 개인적으로 사들이려던 계획을 철회했다고 공시한 것도 주식 투자자들이 투매하게 만들었다. 반스앤드노블이 오프라인 사업 부문을 창업자에게 넘기고 온라인·디지털 사업과 대학 교재 판매 부문만으로 수익성을 높이면 주가가 오를 것이라는 기대가 좌절됐기 때문이다.

정보기술(IT) 혁명 이전 서점업계의 공룡으로 군림하던 반스앤드노블은 2000년대 들어 서점 온라인화에 대응해 인터넷 판매와 전자책 사업 부문을 강화하며 활로를 모색해 왔다. 하지만 오프라인 소매 판매의 지속적인 부진 속에 뒤늦게 뛰어든 온라인 부문에서도 경쟁력을 키우지 못한 것이 경영난의 이유다. 특히 윌리엄 린치 전 최고경영자(CEO)가 공격적으로 투자한 전자책 ‘누크’나 태블릿PC 사업이 선두주자인 아마존의 ‘킨들’과의 격차를 좁히지 못해 고전하고 있다. 최근에는 애플의 ‘아이북스’나 구글의 ‘플레이’ 등과의 경쟁에서도 뒤지는 실정이다. 급기야 지난달에는 린치 전 CEO가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

반스앤드노블은 수익성은 떨어지고 있지만 여전히 현금보유액은 충분하다며 시장 달래기에 나섰다. 회사 측은 아마존과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내년에 웹사이트를 혁신하는 등 온라인 서점 부문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 대신 오프라인 부문은 지속적으로 줄여 나갈 계획이다. 1년에 15개의 대형 매장을 폐쇄하고 앞으로 3년 동안 전국 674개 대형 매장 가운데 442개만 계약을 갱신할 방침이다.

워싱턴=신석호 특파원 ky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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