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임대주택 업자들, 분양전환때 수천억대 부당이득”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8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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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남도, 건설사와 일전 선포 왜?

“국민 세금과 다름없는 국민주택기금으로 지은 공공임대아파트의 분양전환 과정에서 일부 민간 건설업자가 부당이득으로 배를 불리는데도 (행정기관이) 장기간 방치해 임차인들이 손실을 입었다.”

경남도가 공공임대주택 건설업자와의 ‘일전’을 선포했다. 임대아파트를 분양전환하면서 건설업자가 이른바 ‘건축비 뻥튀기’를 통해 수천억 원의 부당이득을 챙기는데도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손을 놓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윤한홍 경남도 행정부지사는 21일 경남도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부당한 분양전환가격 산정에 따라 발생하는 임차인들의 피해를 해소하기 위해 ‘부당이득금 반환 지원 및 근본 대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경남도가 부당이득이라고 지적하는 것은 의무임대기간(5년 또는 10년)이 끝난 임대아파트를 임차인에게 분양할 때 건설업자들이 분양전환가격을 실제 건축비가 아니라 국토교통부가 고시하는 표준건축비로 산정하기 때문. 일반적으로 실제 건축비는 표준건축비의 80% 수준이어서 건설업자들이 가구당 800만∼1500만 원 정도의 차익을 부당하게 얻고 있다는 것이 경남도의 판단이다.

어떤 건축비를 적용해야 하는지는 이미 대법원 판결로 나와 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011년 4월 21일 ‘분양전환가격 산정의 기초가 되는 건축비는 표준건축비가 아니라 표준건축비의 범위 내에서 실제로 투입된 건축비를 의미한다’라고 판결했다.

경남도 박구원 건축과장은 “대법원 판결 이후에도 국토부가 임대주택법 시행규칙(분양전환가격의 산정 기준)을 바꾸지 않았고, 분양승인권자인 각 시군도 소극적으로 업무를 처리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경남 김해시 관계자는 “현장에서는 실제 건축비 산정이 어렵고 표준건축비 외에는 기준을 삼을 자료가 없다”고 반박했다.

이미 경남 김해와 창원을 비롯해 전국적으로 임대주택 분양을 둘러싼 ‘부당이득금 반환 청구소송’ 등이 잇따르고 있다.

김해 장유 부영9차 아파트 주민들은 지난해 7월 부영을 상대로 창원지법에 소송을 내 1심 판결을 앞두고 있다. 이들은 “입수한 자료를 근거로 분석한 결과 돌려받아야 할 금액이 가구당 1284만 원”이라고 밝혔다. 김해지역 주민들은 “부영이 21개 단지 1만5000채에서 얻은 ‘차익’은 2000억 원대로 추정된다”고 주장했다.

만약 이 소송에서 주민들이 승소한다면 2000년대 들어 전국적으로 분양전환된 주공 및 민간 임대아파트가 58만 채임을 감안할 때 부당이득 규모는 수십조 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경남도는 우선 임대아파트 사업자에게 부당이득금을 자진 반환하도록 행정지도를 하라고 18개 시군에 지시했다. 또 분양전환을 앞둔 아파트는 실제 건축비를 확인한 뒤 승인하도록 했다. 실제 건축비는 지방세법 징수 관련 자료를 통해 산출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이와 함께 국토부에 임대아파트 분양전환가격 산정 기준을 서둘러 고치도록 공식 건의할 계획이다. 하승철 도시교통국장은 “당장 건설업체를 강제할 수단은 없지만 임대아파트 분양과 관련된 근본적인 문제를 지적하고 정책 전환의 계기를 마련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말했다.

‘임대아파트전국회의 부영연대’의 이영철 대표(46)는 “수년 전부터 마찰을 빚고 있는 사안이어서 경남도의 뒤늦은 조치가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지는 미지수”라며 “23일 경남도 발표와 관련한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히고 정부에 대책 마련을 촉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창원=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
#공공임대주택#부당이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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