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근우-조동화 눈빛으로 통한 그린라이트 더블스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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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8월 22일 07시 00분


SK 정근우-조동화(오른쪽). 스포츠동아DB
SK 정근우-조동화(오른쪽). 스포츠동아DB
‘그린라이트 더블스틸’이라는 작전이 과연 존재할까? SK 선수들에게 이 질문을 던진다면 답은 ‘예스’다.

‘그린라이트(green right)’는 발 빠른 주자에게 사인 없이도 언제든지 뛸 수 있는 권한을 벤치에서 주는 것이다. 말 그대로 녹색등이다. 주로 뛰는 야구를 하는 선수들에게 부여된다. SK에는 정근우 조동화 최정 박재상 등이 이에 해당한다.

그러나 이들에게 그린라이트는 단순히 도루시도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주자 2명이 벤치사인 없이 더블스틸까지 구사한다. 20일 대구 삼성전에 그 진귀한 장면이 연출됐다. 상황은 7회초 1사 1·2루. 2루 주자 정근우와 1루 주자 조동화는 동시에 스타트를 끊었다. 결과는 정근우가 3루에서 태그아웃되면서 2사 2루가 됐지만, 재미있는 것은 더블스틸이 벤치사인은 아니었다는 점이다.

SK 이만수 감독은 21일 경기를 앞두고 “정근우, 조동화는 그린라이트다. 더블스틸도 사인이 아니었다”고 고백했다. 정근우도 “그린라이트 더블스틸이 맞다”고 시인했다. 작전은 손짓도 아닌 찰나의 눈빛 교환으로 이뤄졌다. 정근우는 “투수가 바뀌는 상황이었고 초구 변화구를 던질 것 같아서 (조)동화 형을 쳐다봤다”며 “눈이 마주쳐서 고개를 살짝 끄덕였더니 형도 끄덕이더라. 다른 사람도 아닌 (조)동화 형이어서 가능했던 일이다. 평소에 작전이나 상황별 플레이에 대해서 많은 대화를 주고받는다. 더블스틸도 그래서 가능했다”고 말했다. 결과는 도루실패였지만 SK의 저력을 엿볼 수 있는 장면이었다. 감독과 코칭스태프가 강조하는 ‘벤치가 아닌 선수들이 생각하는 플레이’를 그라운드 위에서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후반기 무서운 기세로 승수를 쌓으며 4강팀들을 위협할 수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대구|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트위터 @hong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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