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국민 식민화정책 지지… 모두가 전쟁 묵인한 것”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8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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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전쟁과 한 여자’ 제작한 데라와키-아라이 교수

35년 친구인 아라이 하루히코 교수(왼쪽)와 데라와키 겐 교수. 두 사람은 “앞으로도 일본과 일본인의 정체성에 대한 영화를 만들고 싶다”고 밝혔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35년 친구인 아라이 하루히코 교수(왼쪽)와 데라와키 겐 교수. 두 사람은 “앞으로도 일본과 일본인의 정체성에 대한 영화를 만들고 싶다”고 밝혔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15일 개봉하는 일본 성애영화 ‘전쟁과 한 여자’(이노우에 준이치 감독). 이 영화는 ‘노출’뿐 아니라 전쟁에 대한 비판과 그 책임 문제를 메시지로 던져 화제가 됐다. 사카구치 안고의 동명 소설이 원작인 이 영화는 제2차 세계대전 종전 전후를 배경으로 일본의 전쟁 책임론을 다뤘다. 주인공은 “도조 히데키(일본 총리로 교수형 당함)는 A급 전범이면서 천황은 왜 전범이 아니냐”고 비판한다. 제작비 1200만 엔(약 1억4000만 원)의 독립영화지만 일본에서는 4월 개봉 후 현재까지 장기 상영하고 있다.

이 영화의 제작자는 일본 문부과학성 산하 문화청 문화부장 출신인 데라와키 겐 교토조형예술대 교수(62). 그는 35년 지기인 아라이 하루히코 일본영화대 교수(67)와 의기투합해 이 작품을 만들었다. 아라이 교수는 한국에도 잘 알려진 영화 ‘바이브레이터’ ‘케이티’를 쓴 유명 시나리오 작가이자 일본 영화비평지 ‘영화예술’의 편집인이기도 하다. 두 사람은 12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일본의 일부 정치인과 젊은이들은 과거의 잘못을 없었던 일로 하고 싶어 한다”며 “영화를 통해 우경화된 일본의 정체성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영화 제작의 계기가 궁금하다.


▽데라와키=전쟁에 대해 다양한 각도에서 얘기하고 싶었다. 요새 전쟁을 다룬 영화는 블록버스터나 영웅담 일색이다. 과거 일본의 반전(反戰) 영화는 일본의 원폭 피해만을 부각했다. 하지만 일본은 전쟁의 피해자이면서 가해자이기도 하다.

―영화 속에서 주인공은 일왕(천황)의 명령으로 살인과 강도, 강간을 했다고 말한다. 일왕의 책임을 직접적으로 언급한 이유는….


▽아라이=터부를 깬다는 의미도 있지만 더 큰 문제 제기를 위해서였다. 일본이 일으킨 전쟁은 소수의 전범 때문이 아니다. ‘명령을 받아 시키는 대로 했다’, ‘나는 아무것도 모른다’고 말하는 것은 옳지 않다.

―일본인 모두에게 전쟁에 대한 책임이 있다는 뜻인가.

▽아라이=식민화 정책을 펼칠 때 일본인은 더 많은 풍요를 원했고 그 정책을 지지했다. 국민 모두 전쟁을 묵인한 것이다. 요즘 일본 젊은이들 중에는 ‘언제까지 사과를 해야 하느냐’고 하는 이들도 있다. 일본의 이런 모습은 독일과 대비된다.

―자민당 재집권 후 우경화 움직임이 뚜렷하다. 원인이 무엇인가.


▽데라와키=무관심이다. 선거 투표율이 50% 남짓이다. 자민당이 집권한 것은 전체 국민 25% 정도의 지지를 얻었기 때문이다. 다수의 일본인은 ‘나는 나쁘지 않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렇게 가면 일본은 위험하다. 주변 각국이 일본을 상대하지 않아 외톨이가 될 것이다.

―영화를 제작할 때나 상영할 때 어려움은 없었나.


▽데라와키=초기 투자를 받는 데 힘들었지만 시나리오가 좋다 보니 이후부터는 순조로웠다. 상영관을 구하기 힘들었지만 이제는 청소년 관람불가임에도 부모가 딸을 데리고 관람하기도 한다. 물론 비난도 받는다. 제작진과 배우가 재일 한국인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그러나 아베 신조 총리가 일본을 사랑하듯 나 역시 내 나라를 사랑한다. 과거를 반성하는 것은 내가 애국하는 방식이다.

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
#식민화정책#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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