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백록담도 바닥… 제주는 목탄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8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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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수량 예년 6%… 산간지역 제한 급수

황량한 백록담 제주지역에 마른 장마에 이어 가뭄이 지속되면서 한라산 정상인 백록담 분화구가 10일 바닥을 드러냈다. 등산객들은 아쉬워하면서도 구름이 걷힌 백록담 전경을 보는 데 만족했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황량한 백록담 제주지역에 마른 장마에 이어 가뭄이 지속되면서 한라산 정상인 백록담 분화구가 10일 바닥을 드러냈다. 등산객들은 아쉬워하면서도 구름이 걷힌 백록담 전경을 보는 데 만족했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한라산이 바짝바짝 타들어 가고 있다. 마른장마가 끝난 뒤에도 비다운 비가 내리지 않은 탓이다. 한라산 정상인 백록담 분화구는 바닥을 드러냈고 등산객의 목을 축여주는 샘은 양이 크게 줄거나 끊겼다. 10일 오전 한라산 동릉 정상. 등산객들이 줄 지어 백록담 분화구에 도착했으나 바닥을 드러낸 분화구 모습에 다소 실망스럽다는 표정을 지었다. 처음으로 한라산 정상을 밟은 박기석 씨(39·경남 거제시)는 “물이 찬 백록담 분화구 절경을 기대했는데 너무나 아쉽다”며 “비록 물은 없어도 구름에 가려 쉽게 볼 수 없다는 백록담 전경을 눈으로 확인한 것으로 만족한다”고 말했다.

한라산국립공원의 협조를 얻어 일반인 통제구역인 분화구로 내려갔다. 북쪽 방면에서 내부로 들어가는 곳에는 보랏빛 백리향, 하얀 구름떡쑥, 노란 제주양지꽃 등이 여기저기 피어났다. 주요 식생인 김의털이 무성해 가뭄이 찾아왔다는 느낌이 없었으나 바닥은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물기는 남아있으나 손가락이 들어갈 정도로 갈라져 거북등 모양을 했다. 흙먼지가 날리기도 했으며 분화구 터줏대감인 북방산개구리는 자취를 감췄다. 분화구에서 자주 보이는 야생 노루 떼는 물이 사라진 탓인지 다른 곳으로 피신한 듯했다.

백록담 분화구는 장마철마다 물이 가득 찬 장관을 연출했으나 올해는 벌거벗은 모습으로 변했다. 제주지역 강수량이 지난달 16.8mm로 평년 274.9mm의 6%가량에 불과할 정도로 사실상 비가 거의 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비가 내리지 않으면서 등산로 샘물의 양도 급격히 줄거나 끊겼다. 수량이 많아 콸콸 흐르던 관음사 코스의 용진샘은 끊어졌다 이어졌다를 반복하고 있으며 어리목 코스의 사제비샘은 말라버렸다. 물이 부족하자 한라산국립공원 관음사 야영장 이용이 금지됐으며 야영장 주변 화장실 사용도 어려운 실정이다.

한라산에서 나오는 물의 양이 줄면서 산간지역에는 제한급수가 이뤄지고 있다. 어승생저수지의 주요 수원인 한라산 Y계곡의 수량은 종전 하루 평균 1만5000t에서 최근 4000t가량으로 급감했다. 제주도는 어승생저수지 물을 공급받는 해발 200∼600m 산간지역 11개 마을과 목장 등에 대해 6일부터 격일제 단수를 실시하고 있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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