洪이 부른 수문장 김승규, 정성룡 벽도 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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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8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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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울산 주전 꿰차고 최고 활약… 승부차기-세트피스 방어 뛰어나
18경기 14실점 K리그 GK중 최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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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키퍼는 ‘철밥통’이라고 불린다. 필드 플레이어에 비해 골키퍼는 부상이나 큰 실수가 없는 한 잘 바뀌지 않는다. 골키퍼의 사소한 실수는 곧바로 골로 연결되기 때문에 골키퍼의 경기감각은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따라서 주전 골키퍼를 쉽게 바꾸지 못한다. 또 포지션 경쟁자의 수도 상대적으로 적다. 국가대표팀에서도 마찬가지다. 주전 수문장은 거의 변동이 없다. 대표팀 주전 골키퍼인 정성룡도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때부터 4년간 대표팀에서 뛰고 있다.

6일 홍명보호 2기 명단이 발표됐을 때 골키퍼 자리에 모처럼 생소한 이름이 보였다. 프로축구 울산의 수문장 김승규(23·사진)였다. 그는 처음으로 성인 대표팀에 발탁됐다. 홍명보 대표팀 감독은 “어렸을 때부터 봐왔고 능력 있는 선수다. K리그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고 대표팀에 들어올 충분한 자격이 있다”고 말했다.

홍 감독의 말대로 그는 현재 K리그 클래식 최고의 골키퍼다. 올 시즌 18경기 14실점으로 14개 구단 골키퍼 중 경기당 최저 실점(0.78골)을 자랑하고 있다. 19경기에 출전해 23실점(경기당 1.21골)을 기록 중인 정성룡보다 나은 성적이다.

2008년 울산서 프로에 데뷔한 그는 울산의 주전 골키퍼인 김영광에게 밀려 줄곧 벤치를 지켰다. 5시즌 동안 고작 23경기에 나섰을 뿐이다. 그러나 그의 잠재력은 일찍부터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2011년 울산이 K리그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할 때 그는 고비마다 페널티킥과 승부차기를 막아내며 팀의 일등 공신이 됐다. 당시 포항과의 플레이오프 때는 한 경기에서 두 번의 페널티킥을 막기도 했다. 김승규는 승부차기나 페널티킥을 비롯해 코너킥 프리킥 등 세트피스 상황에서 강점을 보이고 있다. 김호곤 울산 감독은 “판단력이 좋다”고 그를 평가했다.

그가 본격적으로 주전 골키퍼로 활동한 것은 올해 초부터다. 김영광의 부상 공백을 메우기 위해 경기에 나서기 시작했으나 김영광이 복귀한 뒤에도 주전으로 계속 뛰고 있다. 김승규는 “언젠가 나에게도 기회가 오리라고 생각하며 남들보다 더 많이 훈련했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김영광, 이범영(부산) 등이 국가대표 주전 골키퍼에 도전했지만 정성룡의 벽을 넘지 못했다. 한준희 KBS 해설위원은 “김승규의 등장은 정성룡에게는 자극이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정성룡은 최근 서울과의 라이벌전에서 세트피스 상황에서 두 번이나 골을 내줬다.

정성룡에 대한 김승규의 도전은 2002 한일 월드컵 직전 이운재(은퇴)와 김병지(전남)의 경쟁처럼 서로에게 긴장과 자극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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