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업승계때 중과세… 상속세 내려고 공장처분”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8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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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세제개편안 발표 앞두고 중견기업 CEO들 고충 토로

6일 국회에서 열린 ‘경제 재도약 중견기업에서 찾다’ 정책토론회에 참석한 중견기업 최고경영자들은 가업 승계 시 물게 되는 상속세와 일감 몰아주기 과세 등에 대한 고충을 털어놓았다. 박진선 샘표식품 사장, 김홍국 하림 회장, 유양석 한일이화 회장, 전현철 한국중견기업연합회 부회장(앞줄 왼쪽부터) 등이 참석했다. 한국중견기업연합회 제공
6일 국회에서 열린 ‘경제 재도약 중견기업에서 찾다’ 정책토론회에 참석한 중견기업 최고경영자들은 가업 승계 시 물게 되는 상속세와 일감 몰아주기 과세 등에 대한 고충을 털어놓았다. 박진선 샘표식품 사장, 김홍국 하림 회장, 유양석 한일이화 회장, 전현철 한국중견기업연합회 부회장(앞줄 왼쪽부터) 등이 참석했다. 한국중견기업연합회 제공
“부산에 연간 1조3000억 원 매출을 올리는 철강회사가 있습니다. 그런데 이 기업은 2년 전부터 설비와 공장을 팔고 있습니다. 상속세 낼 돈을 마련하기 위해서입니다. 세금 내려고 설비 파는 회사가 어떻게 과감한 투자를 할 수 있겠습니까.”

강호갑 한국중견기업연합회 회장은 6일 ‘경제 재도약 중견기업에서 찾다’라는 주제로 국회에서 열린 릴레이 정책토론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가업 승계 때 세액공제를 받으려면 해당 기업의 연 매출이 2000억 원 이하여야 하는 데다 다른 요건도 지나치게 까다로워 실제로 혜택을 받은 기업이 2011년 46곳에 그쳤을 정도로 효과가 미미하다는 지적이다.

8일로 예정된 정부의 세제 개편안 발표를 앞두고 열린 정책토론회에서 중견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은 상속세, 일감 몰아주기 증여세 등에 관한 고충을 쏟아냈다. 토론회에는 중견기업인들 외에 강길부 강창일 김한표 설훈 의원, 표정호 한국중견기업학회장, 성윤모 중소기업청 중견기업정책국장 등이 참석했다.

기업인들은 경영권 승계와 일반적인 상속은 엄격히 구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홍국 하림 회장은 “아직도 기업의 이익이 오너 주머니로 들어간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이익의 30%는 세금으로 내고 나머지는 투자자산으로 남는다”며 “기업을 물려주는 것과 개인의 재산을 상속하는 것은 엄연히 다르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히든 챔피언(잘 알려지지 않은 강소기업)을 육성하려면 가업 승계를 통해 장수기업을 많이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국내에서 100년이 넘은 기업은 두산그룹, 동화약품, 몽고식품 등이 전부인 반면 독일과 일본에는 200년 넘은 기업이 각각 1850곳, 3886곳에 이른다.

유양석 한일이화 회장은 “자식에게 기업을 물려주려면 주식을 팔아 세금을 내는 수밖에 없는데 그렇게 되면 경영권이 위협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진선 샘표식품 사장은 한 주만 있어도 주주총회에서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황금주’ 제도 도입을 제안했다. 그는 “주식을 팔아 상속세를 내더라도 2, 3세가 안정적으로 경영권을 가질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일감 몰아주기 관련 호소도 잇따랐다. 유 회장은 “2, 3차 협력업체들이 도와 달라고 해서 투자해 줬는데 이것이 일감 몰아주기로 몰렸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김상선 서흥캅셀 이사는 “안정적으로 원료를 공급받기 위해 자회사를 세웠는데 일감 몰아주기 규제 탓에 자회사 매출의 29%에 해당하는 양만큼만 살 수 있고, 나머지는 수입해야 하는 촌극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중기청은 이달 중 중견기업 육성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강유현 기자 yhkang@donga.com
#중견기업#세제개편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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