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없는 명사수 김기현 “진종오 형 이기고 싶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8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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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피아 농아인올림픽 사격 2관왕… 14년 인천아시아경기 메달 가능성

2013 소피아농아인올림픽 남자 권총 2관왕에 오른 김기현. 대한장애인체육회 제공
2013 소피아농아인올림픽 남자 권총 2관왕에 오른 김기현. 대한장애인체육회 제공
“내년 인천 아시아경기에 출전해 메달을 따고 싶다. 존경하는 진종오 형님과 대결해 이겨 보는 것이 꿈이다.”

‘키다리 총잡이’ 김기현(20·창원시청·192cm)이 농아인 사격의 새로운 간판스타로 떠올랐다. 김기현은 3일 열린 2013 소피아농아인올림픽 남자 권총 50m에서 우승하며 공기권총 10m에 이어 2관왕에 올랐다. 2009년 타이베이 대회 때 이 두 종목에서 선배 김태영(23·대구백화점)에게 밀려 은메달만 2개를 얻었던 그는 4년 사이에 무섭게 성장하며 김태영의 자리를 대신했다. ‘사격 선수는 키가 크면 흔들림이 많아 불리하다’는 속설도 그에게는 상관없는 얘기였다.

어릴 때 청력을 잃은 그는 창원 봉림중 1학년 때 사격에 입문했다. 중 3때 타이베이 대회 대표로 선발된 뒤 ‘농아인 사격의 대부’ 김재인 감독(53·대구 입석중 교사)을 만나면서 기량이 눈에 띄게 발전했다. 사격에 눈을 뜬 김기현은 경남관광고에 진학해 고교 무대를 휩쓸었다. 2011년 한화 회장배 사격대회 권총 50m에서는 고등부 대회신기록 2개를 작성했다. 김 감독은 “타이베이에 가기 전 전북 임실에서 한 달, 경남 창원에서 열흘 정도 합숙훈련을 했다. (김)기현이와 빨리 친해지기 위해 방을 함께 썼는데 방에서도 틈만 나면 자세 연습을 하더라. 언젠가는 크게 될 거라고 생각은 했지만 4년 만에 이렇게 발전한 것을 보니 나조차 얼떨떨하다. 사격 소질을 타고났다. 비장애인 아시아경기나 올림픽에서도 충분히 메달을 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은 ‘메달 밭’ 볼링에서도 안성조(24)와 김지은(37)이 각각 남녀 마스터스 정상에 올랐다. 안성조와 김지은은 3관왕을 차지했다. 3일 현재 금 18, 은 11, 동메달 11개를 얻은 한국은 러시아, 우크라이나에 이어 종합 3위를 달리고 있다.

소피아=이승건 기자 w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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