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가 꼭 쥐여준 ‘희망 200만원’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8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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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4월 쌍둥이 둔 극빈가정 방문… 석달뒤 수행원 통해 온정 전해

정홍원 국무총리(오른쪽에서 세 번째)가 올 4월 서울 서대문구 북가좌1동 김해자 씨(왼쪽에서 두 번째)의 집을 방문해 김 씨의 쌍둥이 아들들과 함께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국무조정실 제공
정홍원 국무총리(오른쪽에서 세 번째)가 올 4월 서울 서대문구 북가좌1동 김해자 씨(왼쪽에서 두 번째)의 집을 방문해 김 씨의 쌍둥이 아들들과 함께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국무조정실 제공
14만480원.

지난달 31일 김해자 씨(57)가 손에 쥔 명세서의 3개월 치 전기요금. 그날까지 내지 않으면 서울 서대문구 북가좌1동의 10평짜리 그의 집 전기는 끊길 터였다. 그 돈마저 없었다. 오전 11시, 낯선 전화번호가 휴대전화에 찍혔다. “여보세요….” 정홍원 국무총리였다. 4월 서대문구청 사회복지공무원들을 격려 방문할 때 자신의 집을 찾아 중학교 3학년인 쌍둥이 아들들을 보고 간 적 있었지만 다시 전화를 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

김 씨는 목욕탕 청소로 근근이 생활을 해 왔지만 갑상샘암 수술을 받은 뒤 일을 못 하면서 살기가 막막해졌다.

“(총리가) 제가 아픈 모습이 마음에 걸렸고 아이들이 어떻게 자라는지 항상 염려했다고 말했습니다. 자신도 어렵게 공부했다며 가정형편이 어려워도 공부할 수 있게 조금만 도와주면 사회에 이바지할 수 있는 훌륭한 아이들이라며 용기를 불어넣어 줬어요.”

그날 오후 정 총리의 수행원은 김 씨 집을 찾아와 총리의 격려금 200만 원을 건넸다. 김 씨는 이 돈으로 전기요금을 내고 나머지는 아이들 학비로 쓰기 위해 곧바로 통장을 만들어 저축했다.

“4월에도 높은 사람 생색 한번 안 내며 시골 할아버지처럼 아이들에게 따뜻하게 대해 줬습니다. 열심히 살면 반드시 좋은 일이 있을 것이라고, 아이들이 나쁜 길로 들지 않도록 잘 돌봐 달라고 신신당부했습니다.”

총리가 다녀간 뒤 김 씨 가족은 변했다. 말썽을 부리던 아이들은 “훌륭한 사람 돼 엄마 고생한 걸 갚겠다”고 약속했다. 장애인복지시설에서 소아마비에 걸린 아이들을 도와주겠다고도 했다. 남편도 총리가 온 뒤로 가족을 더 잘 챙긴다. 아이들에게 “더 잘해 주지 못해 미안하다. 앞으로 아버지도 열심히 하겠다”고 약속했다. 올해 초부터 김 씨 가족을 도와준 서대문구청 사회복지담당 공무원들과 동장들도 든든한 우군이다. 김 씨는 “우리 가족에겐 총리가 희사한 200만 원이 20억 원보다 더 소중하다. 총리의 관심으로 우리 가족은 절망에서 벗어나 희망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정홍원 국무총리#극빈가정 방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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