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김정진]영화진흥위원회의 미래는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4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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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진 서울영상진흥위원회 위원·영화감독
김정진 서울영상진흥위원회 위원·영화감독
올 10월 영화진흥위원회가 부산으로 이전한다. 서울이 영화의 중심지였던지라 영화정책기관이 옮겨가는 것에 대해 영화인들의 우려가 있기도 했지만 계획대로 진행되는 것 같다. 물론 부산을 영상 도시로 만들고 지방의 균형 발전에 이바지한다는 근본 취지에는 공감한다.

그러나 이것으로 영화인들의 우려가 말끔히 해소되는 것 같지는 않다. 영화 제작과 관련된 업무가 주로 서울 등 수도권에서 활발하게 이뤄지다 보니 관련 업무를 위해 멀리 지방까지 오고가야 하는 현실은 심적인 부담을 안겨주기에 충분하다. 영진위 이전과 함께 부산에 스튜디오(종합촬영소) 조성을 추진 중이지만 국내외 수요 측면에서 효율성이 크지 않다고 본다. 산업이 집중된 수도권으로 방향을 전환하는 것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특히 부산 이전 시 한시적으로 서울에 남는 한국영화아카데미에는 업무차 부산에서 올라온 직원들이 머무는 곳 정도만 설치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보다는 민원 업무를 볼 수 있는 부서와 직원의 배치를 통해 실제 수도권 거주 영화인들과의 소통 시스템, 창구 등을 개설하는 것이 필요하다.

사실 영진위 부산 이전의 핵심은 인프라에 있다. 그런데 인프라가 부산에 조성될 경우 영진위는 전국을 대상으로 한 영진위라기보다는 부산이라는 지역 차원의 인프라 관리에 한정된 업무를 진행할 가능성이 높다. 전국적 영화 진흥기관으로서의 위상이 저하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영진위의 부산 이전으로 두 가지 정도의 우려가 나올 수 있다. 첫째는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영진위 자체가 지역화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둘째는 영진위가 콘텐츠진흥원처럼 지역적 네트워크가 없는 중앙조직에 불과할 수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영진위 부산 이전에 따른 부작용을 해소하기 위한 방안으로 기존의 각 지자체 영상위원회의 활용이 중요하다. 그들의 전국적인 네트워크 시스템인 한국영상위원회를 적극 지원하는 것이 하나의 대안이다. 이는 지역에 밀도 있는 영화 창작 활동 지원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또 영진위의 전국적 네트워크를 위해 적절한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영진위가 추진하는 사업 중 특정 부분들을 한국영상위로 이전(위탁)하고, 운영경상비에 대한 지원(영화발전기금이든 국고든)을 고려하는 것도 지역별 영상산업 활성화를 위한 한 방법이라고 본다.

하지만 이 같은 제안들이 현실화되기 위해선 무엇보다 영진위 자체의 개혁이 필요하다. 일단 영진위가 모든 일을 자신들이 도맡으려 하지 않아야 한다. 중앙조직으로서 일정 부분의 사업을 영상위원회에 넘겨 역할 분담을 할 필요가 있다.

콘텐츠진흥원과의 역할 재정리도 필요한 부분이다. 사업적 측면만이 아니라 조직적 측면에서, 실사 부문을 영진위가 맡고 가상 부문을 콘텐츠진흥원이 맡는 형태를 검토해야 할 것이다. 영진위의 부산 이전을 계기로 장기적인 안목에서 영화 영상산업 발전을 위해 머리를 맞대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김정진 서울영상진흥위원회 위원·영화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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