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이재운]기내(機內)에서 행동을 조심해야 할 이유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4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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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운 싱가포르국립대 국제법센터 연구원 국제항공법 전공
이재운 싱가포르국립대 국제법센터 연구원 국제항공법 전공
최근 한 대기업 임원의 기내 폭력 사건으로 기내 난동 문제가 관심을 끌고 있다. 잘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기내 난동 승객(unruly passenger)은 전 세계적으로 최근 3년간 매년 약 30%씩 증가하고 있다.

기내 난동 사건은 그저 볼썽사나운 추태로 그치지 않는다. 공항경찰의 호출이 필요할 정도로 심각한 수준의 기내 난동 발생 건수도 증가하는 추세다. 우리나라 국적기의 경우도 경찰이 출동해야 할 정도로 심각한 난동이 매년 30여 건 발생한다.

기내 난동은 항공기와 다른 승객의 안전에 위협을 줄 수 있기 때문에 문제가 심각하다. 좁은 기내에서 다른 사람을 불쾌하게 할 뿐 아니라 심각한 경우 비행의 안전에 큰 영향을 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기내 난동 승객과 관련해서는 국제법으로 다스린다. 1963년 도쿄협약이 대표적이다. 국내법으로는 ‘항공안전 및 보안에 관한 법률’이 적용된다. 도쿄협약은 우리나라를 포함한 185개국이 가입되어 있는 보편적인 국제협약이자 국제항공법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 협약이지만 몇 가지 한계가 있다. 그중 하나가 형사 관할권 문제다.

도쿄협약은 항공기 등록국이 원칙적으로 형사 관할권을 가지고, 제한적으로 피해자나 가해자가 자국민인 경우에 해당 국가가 관할권을 갖도록 한다. 따라서 항공기가 등록국으로 돌아오는 경우에는 문제가 없지만, 등록국을 출발하는 경우에 발생했을 때는 대응하는 데 빈틈이 생길 수 있다. 이 때문에 유엔 전문기구인 국제민간항공기구는 다음 달 열리는 제35차 법률위원회에서 도착국도 관할권을 갖도록 하는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최근에 문제가 된 대기업 임원의 기내 행위도 대한항공 비행기(등록국 한국)에서 한국 국민이 피해를 입히고 입은 경우이기 때문에 미국 경찰이 도쿄협약을 적용하기 어렵다. 다만 미국을 비롯한 테러에 민감한 몇몇 나라들은 국내법으로 항공기 국적에 관계없이 자기 나라로 도착하는 비행기에서 발생한 기내 난동 행위를 처벌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번 사건의 경우, 가해자가 미국에서 조사 받을 것을 원치 않아서 한국으로 곧바로 돌아왔다.

국내법인 ‘항공안전 및 보안에 관한 법률’은 기내에서 폭언, 소란행위, 흡연, 성희롱, 타인에 대한 위해 등을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처벌 규정은 미약하다. 항공안전 및 보안에 관한 법률 23조와 50조에 따라 기내 난동자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그러나 대부분은 이보다 낮은 벌금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

법과 벌금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의식의 전환이다. 모든 항공기 승객들은 승무원이 ‘서비스’ 외에 ‘안전’을 목적으로 근무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이번 사건 역시 초점이 라면에만 맞춰져 있지만, 안전벨트 착용 지시를 여러 차례 거부했다는 점과 승무원에게 상해를 입혔다는 점에서 ‘안전 비행을 방해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기내에서는 모든 사람의 안전을 위해 행동을 조심해야 한다. 특히 승무원을 상대로 기내의 질서와 안전을 해하는 행동은 반드시 근절되어야 한다.

이재운 싱가포르국립대 국제법센터 연구원 국제항공법 전공
#항공기#승무원#난동#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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