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덤 스콧 ‘마스터스의 저주’ 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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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4월 16일 07시 00분


아담 스콧. 사진|PGAtour.com캡쳐
아담 스콧. 사진|PGAtour.com캡쳐
■ 79년 만에 호주 출신 첫 마스터스 우승

카브레라와 연장 접전 끝에 끝내기 버디
노먼도 못 입어본 그린재킷 어깨에 걸쳐
스콧 “우승의 일부는 노먼 위한 것” 감격

생애 첫 메이저 승…“마스터스는 내 운명”


79년간 이어온 ‘마스터스의 저주’가 마침내 풀렸다.

33세 청년 애덤 스콧(호주)이 그 저주를 푼 주인공. 1934년 첫 티샷을 한 마스터스에서 호주 출신의 우승자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세기의 골퍼 ‘백상어’ 그렉 노먼(호주)도 풀지 못했던 일을 해낸 것이다.

스콧은 15일(한국시간) 미국 조지아 주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장(파72·7435야드)에서 열린 대회 최종 4라운드에서 합계 3언더파 69타를 치며 9언더파 279타를 기록, 앙헬 카브레라(아르헨티나)와 동타를 이룬 뒤 연장전에 돌입했다. 지난해 버바 왓슨(미국)과 루이 우스트이젠(남아공)에 이어 2년 연속 연장 승부가 펼쳐졌다. 스콧과 카브레라는 18번홀(파4)에서 치러진 첫 번째 연장으로 파로 비겼다. 이어 10번홀(파4)로 이동해 두 번째 연장을 치렀다. 카브레라는 페어웨이에 친 두 번째 샷을 홀 앞쪽 3.5m 부근에 떨어뜨렸다. 스콧을 압박했다. 스콧은 캐디 스티브 윌리엄스와 오랜 대화를 나눈 끝에 신중하게 클럽을 꺼냈다. 그리고 핀 오른쪽 3m 지점에 붙였다. 카브레라는 스콧을 향해 엄지를 세웠다. 카브레라의 버디 퍼트가 홀 오른쪽으로 살짝 빗나갔다. 이어 침묵하며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던 스콧은 홀을 향해 공을 굴렸다. 정적이 흐르던 오거스타 골프장은 공이 홀 쪽으로 다가설수록 술렁였고 공이 홀 안으로 떨어지는 순간 ‘와’하는 함성과 함께 새로운 우승자의 탄생을 축하했다.

79년 만에 호주 출신 마스터스 우승자가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79년 만에 호주 출신 첫 마스터스 우승자

스콧은 마스터스 우승으로 144만 달러의 상금을 손에 쥐었다. 그러나 그보다 더 기쁜 건 호주 출신 최초로 그린재킷의 주인공이 됐다는 사실이다. 호주는 미국, 영국과 함께 세계 골프계를 평정해온 3대 강국. 그러나 유독 마스터스와는 우승 인연을 맺지 못했다. 호주 출신 선수들은 브리티시오픈 9회, PGA챔피언십 4회, US오픈에서 2회 정상에 올랐지만 마스터스 우승은 없었다.

악연의 시작은 195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짐 페리어는 마지막 날 3오버파를 치며 지미 디마레트에게 역전을 허용했다. 이후 호주 출신 골퍼들은 번번이 마스터스 우승 문턱을 넘지 못했다. 1972년 브루스 크렘턴과 1980년 잭 뉴튼이 우승에 도전했지만 무위로 끝났다.

마스터스에서 가장 많이 눈물을 곱씹은 호주출신 골퍼는 그렉 노먼이다. 1980∼1990년대 중반까지 당대 최고의 스타플레이어로 활약한 노먼은 3번이나 마스터스 준우승에 그쳤다. 1986년과 1987년 2년 연속 준우승에 만족했고, 1996년에도 우승과 인연을 맺지 못했다. 특히 1996년 대회는 두고두고 회자된다. 당시 노먼은 마지막 날 경기 전까지 6타 차 선두를 달렸다. 우승이 확실시 됐다. 그러나 결과는 전혀 다르게 흘렀다. 노먼은 9번홀부터 11번홀까지 3연속 보기를 적어내며 흔들렸다. 이어 12번홀에서는 공을 물에 빠뜨리며 더블보기까지 저질렀다. 결국 이날 67타를 친 닉 팔도(영국)에서 역전을 허용하고 말았다.

이후에도 호주 출신 골퍼들의 마스터스 악연은 계속됐다. 2011년에는 제이슨 데이와 스콧이 그린재킷을 노렸지만 찰 슈워젤(남아프리카공화국)에 2타가 모자라 준우승에 만족했다. 호주와 마스터스의 질긴 악연은 스콧에 의해 79년 만에 끊어졌다.

스콧은 우승 뒤 “우승의 일부는 노먼을 위해했다”라면서 “노먼은 세계 최고의 선수였고 호주의 상징이었다. 언젠가 노먼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모든 것을 돌아보고 싶다. 그가 좋아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훤칠한 외모가 인상적인 ‘꽃미남 골퍼’

스콧은 그렉 노먼의 뒤를 잇는 호주의 대표 스타다. 183cm의 키에 건장한 체격의 스콧은 골프계를 대표하는 ‘꽃미남 골퍼’로도 유명하다. 골프 전문가들 사이에선 골프선수로 가장 이상적인 체격을 갖췄다는 평가를 듣는다. 스윙 또한 교과서로 불릴 정도다. 외모 때문에 몇 차례 염문설을 뿌리기도 했다. 2010년에는 테니스 선수인 아나 이바노비치(세르비아)와 교제하기도 했다.

프로골퍼의 길을 걷기 시작한 건 2000년부터다. 2004년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2006년 투어챔피언십, 2011년 월드골프챔피언십(WGC) 브리지스톤 인비테이셔널 등 PGA 투어에서만 9승을 올렸다. 유러피언투어 등을 포함하면 프로 통산 20승을 기록했다. 적지 않은 우승이지만 메이저 우승과는 인연이 없었다. 그에겐 불명예였다.

2011년 스콧은 새로운 골프인생의 전환점을 맞았다. 캐디 스티브 윌리엄스(뉴질랜드)를 만나면서 한층 더 업그레이드 됐다. 윌리엄스는 13년 간 타이거 우즈와 호흡을 맞춰왔다. 우즈가 기록한 메이저 14승 중 13승을 그가 보조했다. 스콧은 윌리엄스를 만나자마자 우승 소식을 전했다. 2011년 8월 브리지스톤 인비테이셔널 정상을 차지했다. 그리고 2년 만에 꿈에 그리던 메이저 우승을 합작했다.

스콧은 “내가 마스터스에서 처음 우승하는 운명이었다는 것이 놀라울 뿐이다”라고 기뻐했다.

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트위터 @na18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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