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School Diary]수강생 모집 ‘전쟁’… “친구 데려오면 10만원 상품권 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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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4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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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드디어 기프트카드 ‘득템’ 완료. 부럽지? 부러우면 너희들도 ○○학원 다녀ㅋ.”

경기 고양시 일산에 사는 중학교 3학년 안모 양(15)은 최근 친구 두 명이 자신이 다니는 영어학원에서 기프트카드를 받았다며 자랑하는 글을 카카오스토리에서 접했다. 친구들에게 이야기를 들어 보니 이 학원은 6개월 이상 연속 수강한 학생에게 편의점이나 영화관에서 현금처럼 쓸 수 있는 5만원 상당의 기프트카드를 주고 있었던 것. 안 양은 기프트카드를 손에 넣기 위해 6개월 동안 인내하며 학원을 다닌 친구들이 대단해 보이면서도 내심 부러웠다고 했다.

최근 학원가에선 고가의 상품권과 선물을 앞세워 학생을 유혹하는 ‘수강생 모집 경쟁’이 치열한 모습이다. 학원가의 불황이 심화되면서 비용 지출을 무릅쓰고서라도 선물을 내세워 학생들의 눈과 마음을 끌어당기는 전략을 쓰는 것. 상품권을 비롯해 운동화, 가방, 태블릿PC 등 다양한 선물을 내걸며 수강생 공략에 나선 학원가의 모습을 들여다봤다.

수강신청을 하면 상품권이나 고가의 선물을 준다고 홍보하는 학원이 늘었다. 한 영어학원 앞에서 학생들이 수강생 모집 광고를 보는 모습. 이강훈 기자 ygh83@donga.com
수강신청을 하면 상품권이나 고가의 선물을 준다고 홍보하는 학원이 늘었다. 한 영어학원 앞에서 학생들이 수강생 모집 광고를 보는 모습. 이강훈 기자 ygh83@donga.com
친구 데려오면 문화상품권, 포인트 쏜다!


용돈이 풍족하지 않은 학생들이 가장 쉽게 마음을 뺏기는 미끼는 상품권. 일산의 한 영어학원은 친구를 데려와 신규 수강등록을 성사시키는 학생에게 문화상품권을 주고 있다. 친구 1명을 소개하면 3만 원, 2명을 소개하면 5만 원, 3명을 소개하면 10만 원 등으로 보상 금액도 커진다.

이 학원에 다니는 중학교 3학년 A 양은 “친구들을 끌어모으기 위해 ‘우리 학원에 다니면 성적이 많이 오른다’ ‘학원에 같이 다니면 베프(단짝친구)가 돼 주겠다’는 공약(?)으로 홍보를 한다”고 전했다.

일부 학원은 수강생이 일정 액수만큼 포인트를 모으면 상품으로 교환해 주는 방법으로 학생들의 수강 연장을 유도한다. 경기 용인시의 한 음악학원은 학생이 곡을 연주한 횟수만큼 포인트를 가상의 ‘신용통장’에 적립해 주는 제도를 운영 중.

이 학원에 다니는 초등 6학년 B 양은 “1년 동안 드럼을 쳐 포인트 600점을 적립했는데 신규 수강생 한 명을 데려오면 한 번에 5000점을 적립할 수 있어서 혹시 학원에 같이 다닐 친구가 있는지 찾고 있다”고 말했다.

초등생은 ‘레고’, 남고생은 ‘운동화’… 선물도 ‘맞춤형’


마케팅 전략에서 소비자의 실제적인 니즈(수요)를 파악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기본 중 기본. 일부 학원은 속마음을 들여다보듯 수강생이 갖고 싶은 상품을 내걸어 학생들의 마음을 끌어당긴다.

서울 강남의 한 체대입시학원은 신규 수강생에게 유명 브랜드의 가방과 운동복, 운동화를 세트로 준다는 광고를 전단에 실었다. 이 전단을 본 조모 군(17·서울 은평구)은 “체대 입시를 준비하는 친구가 이 전단을 받아들고 하루 종일 들여다보고 있었다”면서 “운동을 시작하면 어차피 사야 하는 물품인 데다 상품 브랜드가 워낙 남학생에게 인기가 높은 것이다 보니 친구도 마음을 뺏긴 것 같다”고 했다.

경기 안산시의 초등 6학년 이모 군(12)은 “수강등록을 하면 레고를 선물로 준다는 한 학원의 광고를 등굣길에 보고 나중에 학원에 전화를 걸었다. 학원에선 어떤 레고 시리즈를 받을지를 내가 정할 수 있다고 해 그 학원에 보내 달라고 엄마를 졸랐다”고 말했다.

학부모에게도 선물 공세… 효과는 ‘의문’

자녀의 학원 선택권을 사실상 ‘엄마’가 틀어쥐고 있는 서울 강남지역에선 학부모를 대상으로 한 선물 공세도 뜨겁다. 특히 여러 학부모를 거느리며 학원 선택에 ‘기준 정보’를 제시하는 이른바 ‘돼지엄마’에겐 고가의 선물 제공이 집중된다.

서울 대치동에서 국어논술학원 강사로 활동하는 이모 씨는 “얼마 전 강남지역 엄마 중 ‘정보통’이라 불리는 몇 명에게 엄마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는 고가의 해외 브랜드 냄비를 선물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학생들과 학부모의 마음을 끌기 위한 학원가의 경쟁이 치열하지만 선물을 미끼로 내거는 전략이 실제로 수강생 모집에 큰 도움이 되는지에 대해선 시각이 엇갈린다.

서울 강남에서 전 과목 학원수업을 수강하는 고교 3학년 C 군은 “초등학생과 중학생의 경우 태블릿PC나 자전거 등에 마음을 뺏겨 학원에 다니는 경우가 종종 있지만 그중 상당수는 선물만 챙기고 한두 달 지나면 학원을 그만둔다”고 전했다.

일부 학원장은 고가의 선물을 내거는 모집경쟁이 학원경영에 ‘마이너스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일산의 한 수학보습학원 원장은 “중대형 학원들의 선물 공세 전략을 따라 한 소규모 학원 중 상당수가 지금은 문을 닫은 상태”라며 “선물 공세로 잠깐 수강생이 느는 ‘반짝 효과’에 기대를 걸기보다는 강의 자체로 승부를 거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강훈 기자 ygh8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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