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의 재능기부에 中企가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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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4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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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증권, 회사 재무컨설팅-임직원에 자산관리 상담
CJ그룹, “해외진출 돕자” 서류-상품 국제특송 할인
대형병원, 건강검진 할인, 리조트 세미나시설 제공

지난해 말 삼성증권 직원들이 한 중소기업 대표에게 자산관리 상담을 해주고 있다. 삼성증권은 곧 대한상공회의소와 함께 중소기업 및 회사 임직원을 대상으로 무료 자산관리 서비스를 시작한다. 삼성증권 제공
지난해 말 삼성증권 직원들이 한 중소기업 대표에게 자산관리 상담을 해주고 있다. 삼성증권은 곧 대한상공회의소와 함께 중소기업 및 회사 임직원을 대상으로 무료 자산관리 서비스를 시작한다. 삼성증권 제공
삼성, CJ 등이 ‘재능기부’를 통해 중소기업 돕기에 나섰다. 박근혜 정부가 강조하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에 대기업들이 본격 나서고 있는 것.

삼성그룹에서는 삼성증권이 나섰다. 삼성증권은 2일 대한상공회의소의 중소기업 회원 13만 개 사를 대상으로 종합자산관리 서비스를 무상으로 제공하는 업무협약을 맺었다. CJ그룹은 CJ대한통운을 통해 중소기업 물류지원에 나설 예정이며, 서울 강남의 한 대형 병원과 리조트 회사 등도 건강검진 할인과 워크숍·간담회 장소 제공 등으로 사회 여러분야에서 중소기업 지원 행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 삼성증권 무상 자산관리 서비스 제공

삼성증권은 대한상의와 협의해 중소기업을 선정한 뒤 이달 말부터 본격적인 서비스에 나설 계획이다. 대한상의 회원 중 중소기업은 약 95%.

삼성증권이 중소기업과 임직원에게 제공하는 자산관리 서비스는 크게 세 가지다. 임직원에게 일대일로 자산 관리를 해줘 노후에 대비할 수 있게 해주고, 중소기업의 재무구조 개선 방안에도 도움을 줄 계획이다. 최고경영자(CEO) 개인 컨설팅을 통해 기업승계 컨설팅도 진행한다.

삼성증권이 중소기업에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하기로 한 이유는 중소기업 임직원 대부분이 사내 복지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고 노후준비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기 때문이다. 김현민 대한상의 회원관리팀 차장은 “저성장기조가 이어지며 회사 CEO부터 말단 직원까지 경제적 불안을 느끼는 중소기업이 많다”며 “삼성증권 같은 대기업이 직접 나서 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대한상의는 그동안 중소기업 임직원을 위한 자산관리 세미나를 열었지만 비용이 세미나를 한 번 여는데 300만∼400만 원이나 돼 운영에 애로를 겪었다.

한정 삼성증권 은퇴설계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중소기업이 비용 때문에 자산관리 서비스를 받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파악돼 무상 서비스를 제공하기로 했다”며 “수익을 생각하지 않고 중소기업과 상생 차원에서 결정했다”고 말했다.

○ 대기업 ‘재능기부’ 줄 이어

다른 대기업의 참여도 줄을 이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달 말 CJ대한통운은 대한상의와 중소기업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고 본격적인 물류 지원에 나설 계획이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중소기업이 CJ대한통운을 통해 상품이나 국제서류를 해외로 보내면 특송비를 할인해줄 예정”이라며 “중소기업이 해외진출 교두보를 마련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상생 행보는 대한상의가 아니라 대기업이 먼저 시작했다. CJ대한통운은 지난해 말, 삼성증권은 2월 초 대한상의에 먼저 연락을 해왔다.

이에 앞서 은행권도 중소기업 돕기에 나섰다. 1월에는 외환은행이 수출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환 위험 관리를 돕겠다고 밝혔다. 2월에는 국민은행이 중소기업이 금융거래를 할 때 수수료를 할인해주겠다고 나선 바 있다. 지난달에는 중소기업이 공공기관이 발주한 공사 입찰정보를 반값에 살 수 있도록 하는 업무협약도 진행됐다.

임채운 서강대 교수(경영학)는 “친중소기업 정책을 지향하는 새 정부 출범과 함께 대기업의 중소기업 지원 행보가 가속화하고 있다”며 “기존에는 규제를 피하거나 과징금을 피하는 등 수동적인 방식으로 중소기업과 상생을 도모했다면 앞으로는 대기업이 능동적으로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사례가 많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한상의에는 이 밖에 서울 강남의 한 대형 병원이 건강검진을 할인해주겠다는 제안을 해왔다고 밝혔다. 한 리조트 회사는 회의나 세미나를 위한 장소를 제공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정대용 숭실대 교수(벤처중소기업학)는 “대기업이 재능기부와 더불어 사업 영역의 일부를 중소기업과 공유하는 것도 좋은 중소기업 육성책”이라며 “앞으로 대기업의 유통과 애프터서비스(AS)망을 중소기업과 나눠 사용하는 단계로 상생이 진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송충현 기자 balgun@donga.com
#재능기부#중소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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