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외딴섬 낙월도 220여 주민 “고마워요 맥가이버 파출소장님”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8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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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해경 이종옥 소장 통신장비 주특기 살려 밥솥-TV-어선 수리 ‘척척’

전남 영광군의 유일한 섬인 낙월도. 150여 가구 220여 명이 사는 소규모 섬이다. 육지에서 배로 1시간 10분 거리인 낙월도에서 근무하는 목포해양경찰서 산하 낙월파출소 이종옥 소장(57·경위)은 ‘맥가이버 파출소장’으로 통한다. 어선 통신장비부터 텔레비전, 전기밥솥 등 가전제품은 물론이고 보일러, 자전거 펑크 수리까지 못 고치는 게 없다. 주민들은 그의 손만 거치면 무엇이든 고쳐진다는 의미로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운다.

1979년 해경에 들어간 이 소장은 함정과 경찰서에서 30년 넘게 통신 전자장비 수리와 관리를 맡은 ‘통신장비의 달인’이다. 2월 낙월도에 부임한 그는 이런 경험을 살려 어선 레이더, 통신기기 등 갑자기 고장 난 장비를 말끔히 수리해 주고 있다. 가전제품 수리도 그의 몫이다. 혼자 사는 노인들이 텔레비전이나 밥솥이 고장 나도 고치지 못하고 쩔쩔매는 모습을 보고는 파출소에 ‘전파상’을 차렸다. 필요하면 출장수리도 간다. 섬 특성상 전자제품 고장이 나도 수리반이 쉽게 출동하지 않기 때문이다. 없는 부품은 사거나 고물상을 뒤져 찾아냈다. 형편이 어려운 어르신에게 1만∼2만 원의 부품 값을 받을 수가 없어 자신의 지갑을 열었다. 이 소장은 “한 할머니는 텔레비전이 고장 났지만 1년째 수리를 못 한 채 지내기도 했다”며 “안쓰러운 마음에 재능을 기부했을 뿐”이라고 웃었다.

이 소장은 11일 밤에는 주민을 위한 작은 음악회도 열었다. 아코디언 등 악기 연주에 남다른 소질을 갖고 있는 그가 고향인 전북 군산에서 온 봉사단원과 함께 감동의 무대를 마련했다. 낙월도 주민 최연진 씨(52)는 “주민들이 (이 소장) 정년 때까지 섬에 있어 달라고 매달릴 정도”라며 “주민의 사소한 것까지 귀 기울이고 도와주려는 이 소장이 너무 고맙다”고 말했다.

영광=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낙월도#파출소장#이종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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