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맷값 폭행’ 최철원 일사천리 재판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4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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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소심 첫 공판 1시간 반 지나 집행유예 선고까지
1∼2주후 선고기일 지정 관행 깨

법원이 이른바 ‘맷값 폭행’ 사건을 일으킨 최철원 전 M&M 대표(42)에 대한 항소심에서 첫 공판을 연 날 곧바로 집행유예를 선고하고 석방했다. 대부분의 재판은 결심공판에서 변론을 종결한 뒤 1, 2주 후에 선고기일을 잡아 판결을 선고한다. 그런 점에서 피고인이 ‘대기업 창업자의 2세’로 사회적으로 관심이 집중된 사건에서 초고속으로 판결을 선고해 풀어준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5부(부장판사 양현주)는 6일 지입계약(화물차주가 운송회사와 맺는 계약)을 맺어달라며 시위를 벌인 화물차주 유모 씨를 폭행한 뒤 ‘맷값’ 명목으로 2000만 원을 건넨 혐의로 구속 기소된 최 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 사회봉사 120시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해자와 합의했고 이 사건으로 사회적 지탄을 받은 점 등을 고려했다”고 집행유예 선고 이유를 밝혔다.

재판부는 이날 첫 공판에 변론을 모두 종결하고 불과 1시간 30여 분 만에 선고공판을 다시 열어 판결을 선고했다. 오후 2시 15분경 열린 첫 공판에서 최 씨의 변호인단은 “검찰의 공소사실은 인정하지만 피해자와 합의한 점을 고려해 감형해 달라”고 요청했고 검찰 측은 “항소를 기각해 달라”며 1심의 실형을 유지해 달라고 밝혔다. 최 씨는 “반성하고 있다”며 선처를 호소했다. 첫 공판은 이렇게 15분여간 진행된 뒤 짧게 끝났다. 재판부는 바로 변론을 종결하고 오후 4시로 선고기일을 잡은 다음 최 씨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항소심 첫날 곧바로 선고한 데 대해 “피해자와 합의를 했는데도 미결구금일수가 너무 길어졌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12월 8일 구속된 최 씨의 미결구금일수는 120일이다. 재판부는 이어 “형사소송법상 즉일(卽日)선고가 원칙이고 즉일선고는 공판중심주의 원칙에도 부합한다”며 “평소에도 재판기일마다 1, 2건씩 즉일선고를 해왔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재판부가 형량을 낮춰준 이유로 ‘사회적 지탄을 받은 점을 고려했다’고 밝힌 데 대해선 국민의 법감정에 맞지 않는 ‘봐주기 판결’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또 최 씨의 변호인으로 선임된 유명 로펌 2곳의 변호사 5명 가운데 1명이 항소심 재판장과 사법연수원 동기인 판사 출신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최 씨는 지난해 10월 화물차 2대를 5000만 원에 넘겨받는 계약을 유 씨와 체결하는 과정에서 유 씨가 돈을 더 요구하자 회사 사무실로 불러 야구방망이와 주먹으로 폭행한 혐의로 같은 해 12월 말 기소됐다. 1심 재판부는 올해 2월 징역 1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유성열 기자 ry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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