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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값할인 출혈경쟁 이제그만… ‘반값 도서’ 없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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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값할인 출혈경쟁 이제그만… ‘반값 도서’ 없앤다

동아일보입력 2011-02-02 03:00수정 2011-02-02 0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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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출판인회의-대형서점, 유통건전화 방안 마련… 이르면 내달 《이르면 3월부터 서점에서 ‘반값 도서’를 보기 어려워진다. 주요 출판사와 서점들이 책값 할인율을 최고 30%로 제한하는 데 원칙적으로 합의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정가의 50%가 넘는 할인율까지 제시해온 온라인 서점의 각종 이벤트가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430여 개 출판사를 회원으로 둔 한국출판인회의와 교보문고를 비롯한 8개 서점은 1월에 체결한 ‘출판유통 건전화를 위한 사회협약’의 실천방안을 최근 마련했다. 출간된 지 18개월 지난 구간(舊刊)의 할인율을 최고 30%로 제한하고, 이를 어기는 서점에 대해선 책 수급에 차질을 빚도록 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반값 할인을 예사로 하는 인터넷 서점의 과다 할인경쟁으로 출판계가 위기에 직면했다는 공감대가 확산되면서 출판사와 서점들이 ‘반값 도서’ 퇴출을 포함한 자정 움직임에 나섰다.
출판사와 서점들이 이런 방안에 합의한 것은 무분별한 할인 판매 경쟁이 지속될 경우 공멸할 수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당장 할인 폭이 작아지는 데 대해 소비자들로부터 원성을 살 수 있지만 출판 생태계의 복원을 위해선 결단을 내려야 할 시점이라는 데 인식을 같이한 것이다. 출판사와 서점들은 추가로 내부 의견을 모아 실천방안을 다듬은 뒤 이르면 3월부터 시행할 계획이다.

○ 반값 할인 이제 그만

교보문고 예스24 알라딘 등 서점들과 출판인회의가 합의한 내용에서 가장 중요한 사항은 책값 할인율이다. 구간의 할인율은 직접 할인, 마일리지, 할인 쿠폰 등을 모두 포함해 정가의 30%를 넘지 못하도록 했다. 재고도서의 특가판매도 같은 원칙을 지키되 시행 후 3개월이 지난 뒤 다시 논의할 예정이다. 신간 도서는 도서정가제에 따라 최고 19%의 할인율을 적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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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의 내용을 어기는 서점이나 출판사에 대한 제재 방안도 마련했다. 합의된 할인율을 초과해 판매하는 서점이 적발되면 출판사들이 신간을 늦게 공급하거나 공급량을 줄이는 방식으로 대응할 계획이다. 출판사가 주도해서 과다 할인 판매하는 사례가 확인될 경우 서점들이 해당 출판사의 모든 책에 ‘할인율 0%’를 적용할 방침이다. 정가에 판매함으로써 고객의 선택을 사실상 막겠다는 뜻이다.

한국출판인회의 유통위원장인 조재은 양철북 대표는 “담합으로 비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지만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출판계 전체가 고사할 것이라는 걱정이 앞섰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 얼마나 심각하기에

서점들의 과다 할인 경쟁은 오픈마켓이 출판시장에 본격 가세하면서 정도가 심해졌다. 이제는 기존 서점들도 다양한 타이틀로 반값 할인을 하고 있다. 1월 31일 확인 결과 인터넷교보문고는 ‘인문교양 아낌없는 대할인’ 이벤트로 최고 60%까지 할인해주고 추가로 최고 5000원을 할인해줬다. 예스24는 ‘최고 50% 통 큰 할인’ ‘금주의 강추 특가’ 등의 코너를 운영했다. ‘금주의 강추 특가’ 코너에선 ‘아이의 사생활’ ‘넛지’ 등 출간된 지 2년밖에 지나지 않은 책들이 50% 가격에 판매됐다.

알라딘은 ‘신년 첫 할인 이벤트’ 행사를 통해 ‘3000종 반값, 300종 추가할인 쿠폰’을 제시했다. G마켓은 ‘더블 할인-반값 할인에 한 번 더 할인’ ‘장편소설 반값, 2세트 이상 구매하면 3000원 추가할인’ 같은 코너를 운영했다.

○ 출판 생태계 복원 시동

이 같은 반값 할인 판매 경쟁은 출판시장을 크게 왜곡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소비자들이 구간을 사는 데 집중하면서 신간 구매율이 떨어진 점이 대표적이다. 조 대표는 “서점 사람들의 말을 종합하면 신간과 구간의 판매 비중이 과거 6 대 4에서 지금은 4 대 6으로 역전됐다”고 말했다. 베스트셀러 리스트도 상당 부분 구간이 차지하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1일 현재 교보문고 인문 분야 베스트셀러 순위를 보면 2위인 ‘심리학 콘서트’를 비롯해 ‘소크라테스의 변명’ ‘왜 그녀는 다리를 꼬았을까’ 등 10위권 내 5권이 35∼50% 할인된 구간들이다.

예스24의 유성식 도서사업총괄이사는 “신간 판매가 줄어들면 출판사들은 새 책을 만드는 동력을 잃게 된다. 신간 출간이 위축되다 보면 결국 새로운 지식과 정보를 독자들에게 신속하게 전달하기 어려워진다”고 우려했다.

과다 할인 경쟁은 자금력이 달리는 오프라인 서점들의 몰락도 불러왔다. 대한출판문화협회가 펴낸 ‘2010 한국출판연감’에 따르면 2000년 3459개이던 서점 수는 2009년 1825개로 줄어들었다. 조 대표는 “이제는 출판사들도 문을 닫아야 할 판이다. 출판계가 스스로 이런 방안까지 만들게 된 배경을 독자들이 이해해 줬으면 좋겠고, 이번 기회에 법적인 장치가 마련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금동근 기자 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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