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고나도 기죽지 않는 태극전사들 자신감의 원동력은 ‘소꿉 팀워크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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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6월 22일 03시 00분


코멘트

‘엄마’ 이영표
“고민이 뭐니” 세심한 상담

‘아빠’ 박지성
“나를 따르라” 묵묵한 리드

‘삼촌’ 김남일
“너희들 시대” 북돋는 응원

한국 축구대표팀의 분위기는 여전히 활기차다. 17일 아르헨티나에 1-4로 대패했지만 충격은 오래가지 않았다. 23일 오전 3시 30분 남아공 더반의 모저스마비다 경기장에서 열리는 나이지리아와의 B조 마지막 경기를 앞두고 21일 프린세스 마고고 경기장에서 훈련한 태극전사들은 “16강에 갈 수 있다”는 자신감이 넘쳤다. 이런 자신감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태극전사들의 생활 스타일을 분석해 그 원동력을 알아봤다. 과거와 달리 전혀 주눅 들지 않고 오히려 더 투지를 불태우는 배경에는 자연스럽게 형성된 역할 분담이 있었다.

○신뢰로 뭉친 코칭스태프


허정무 감독과 정해성 코치는 눈빛만 봐도 통한다. 정 코치는 1995년 허 감독이 포항 스틸러스 사령탑 때 스태프로 들어가 지금까지 연을 이어오고 있기 때문. 선수들에게 문제가 생기면 허 감독은 넌지시 말만 하고 사라지고 정 코치가 모든 것을 떠맡아 선수들을 다독거린다. 아르헨티나에 대패한 뒤 오범석(울산)과 염기훈(수원) 등이 누리꾼들 비난의 대상이 되자 정 코치가 “세세한 데까지 너무 신경 쓰면 대의를 놓칠 수 있다”며 잘 다독거렸다. 허 감독은 가급적 선수들과도 다양한 대화를 통해 소통을 시도한다. 서로를 알고 믿어야 하기 때문이다.

○어머니 이영표, 아버지 박지성

이영표(알 힐랄)는 자상하고 세심한 어머니 스타일. 후배들의 고민을 들어주고 질문에도 아주 사소한 것까지 일일이 알려준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를 포함해 유럽리그를 거쳐 중동리그에 진출해 경험한 것을 자세하게 설명해준다. 어머니같이 하나하나 신경 써주니 후배들이 자주 상담을 요청하며 잘 따른다.

박지성은 아버지처럼 묵묵히 자기의 역할을 다한다. 말보다는 행동으로 보여준다. 프리미어리그의 경험을 미주알고주알 얘기하지는 않지만 주장으로서 농담도 자주 하며 분위기를 이끌려고 노력한다. 컴퓨터 게임을 할 땐 목소리나 웃음소리가 가장 크다는 게 대표팀 관계자의 전언이다.

○겁 없는 영건들


이청용(볼턴)과 기성용(셀틱), 박주영(AS 모나코) 등 젊은 유럽파 선수들은 프로 의식이 강하다. 어린 나이에 유럽에 진출해 도전 의식이 있고 자신감이 강한 데다 자기 관리도 철저하다. 현재 대표팀의 주축은 이들 영건이다. 선배들 틈 속에서 다소 건방지게 행동하기는 하지만 자기 할 일은 철저하게 하기 때문에 전혀 문제없이 지낸다. 이들이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자 선배들도 힘찬 박수를 보낸다.

○후배를 키우는 노장들


김남일(톰 톰스크)과 안정환(다롄 스더) 등 노장들은 묵묵히 땀 흘리며 후배들에게 “이젠 너희들의 시대가 왔다”고 힘을 불어넣는다. “우린 3번이나 월드컵에 출전한 것으로 만족한다. 기회가 오면 열심히 하겠지만 앞으로 한국 축구는 젊은 선수들이 이끌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김남일은 12일 열린 그리스전 때 출전하는 선수 하나하나를 포옹하며 힘을 불어넣기도 했다.

중간 세대인 김동진(울산)과 차두리(프라이부르크)는 분위기 메이커. 선배와 후배들 사이에서 재밌는 말과 행동으로 가교 역할을 한다. 차두리는 독일에서 오래 활동한 경험을 살려 시의적절하게 조리 있는 말로 선수단의 분위기를 주도한다.

대표팀의 한 관계자는 “어느 누가 이렇게 하자고 하지도 않았는데 선수들이 자연스럽게 하나의 목표를 향해 가고 있다. 역대 최고의 팀워크를 발휘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더반=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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