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공관 오찬 끝난뒤 의자에 돈봉투 두고와” 곽영욱씨 법정진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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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3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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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숍서 한前총리를 ‘사모님’이라 불러 호통”
檢, 구입명세서 제시

곽영욱 전 대한통운 사장(사진)이 2006년 12월 20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국무총리 공관에서 당시 한명숙 총리에게 5만 달러를 직접 건네지는 않고 오찬이 끝났을 때에 오찬장의 의자에 돈 봉투를 두고 나왔다고 법정에서 진술했다.

1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형두) 심리로 열린 한 전 총리의 2차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곽 전 사장은 “총리 공관에서의 오찬이 끝나고 주머니에 있던 돈을 넣은 것(봉투)을 내가 밥 먹었던 (자리의) 의자에 놓고 나왔다”며 “한 전 총리가 봉투를 봤는지 안 봤는지 알지 못하며 누가 그것을 가져가는지도 보지 못했다”고 밝혔다. 당시 오찬은 정세균 민주당 대표의 산업자원부 장관직 퇴임을 위로하는 자리였으며 강동석 당시 건설교통부 장관도 배석했다.

곽 전 사장은 “정세균 장관과 강동석 장관이 오찬장을 먼저 빠져 나갔다. 나는 내 의자 위에 돈 봉투를 올려놓으며 한 총리에게 ‘죄송합니다’라고 말했다. 한 총리는 곧바로 따라 나왔다”며 “모든 상황은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졌다”고 진술했다. 한 전 총리가 돈 봉투를 봤느냐는 질문에는 “(내가) ‘죄송하다’고 말했기 때문에 봤을 것”이라고 답변했다. 한 전 총리가 돈 봉투를 보고 웃었느냐는 물음에는 “항상 웃고 계신 분이라…”라며 말끝을 흐렸다.

곽 전 사장의 진술에 대해 검찰 측은 “그리 크지 않은 방에서 한 전 총리의 옆자리에 앉았던 곽 전 사장이 ‘죄송하다’라는 말까지 했다는 것은 돈을 건넸다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한 전 총리 측은 “곽 전 사장의 진술이 신빙성이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으로 돈을 건네지 않았음이 명확해졌다”고 주장했다.

이날 공판에서 검찰은 한 전 총리와 곽 전 사장의 평소 친분 관계를 입증하는 데 주력했다. 대표적인 예로 한 전 총리가 여성부 장관으로 재임했던 2002년 8월 곽 전 사장이 한 전 총리와 함께 서울 서초구의 한 골프용품 매장에 가 998만 원 상당의 골프용품을 선물한 사실을 자세히 공개했다. 검찰이 밝힌 구매명세서에는 △일제 혼마 골프채 세트(925만 원) △캘러웨이 퍼터 △닥스 골프백 2개 △기타 용품(모자 장갑 골프공 골프티) 등의 가격이 적혀 있었다. 또 골프백 이름표에 ‘한명숙’이라고 새겨 넣은 사실도 포함됐다. 곽 전 사장은 “당시 골프매장 여성 전무가 한 전 총리를 ‘(곽 전 사장의) 사모님이냐’고 물어 호되게 꾸짖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날 공판에서는 가혹 수사 논란도 일었다. 검찰이 “수사 초기에 한 총리에게 3만 달러, 다른 한 사람(정치인)에게 2만 달러를 건넸다고 왜 진술했느냐”고 묻자 곽 전 사장은 “검사님이 무서워서 그랬다”고 답했다. 이어 “수사 과정에서 돈을 안 줬다고 말을 한 차례 바꿨지만 새벽까지 조사가 계속돼 몸이 너무 아파 살고 싶은 마음에 결국 모든 사실을 털어놓게 됐다”고 말했다. 이에 검찰은 “밤 12시 이후까지 조사한 적은 없다”며 “가족은 물론이고 의료진까지 면회를 허용하면서 조사가 늦어진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날 곽 전 사장에 대한 증인 신문은 오전 10시 반에 시작해 12시간 넘게 이어졌다.

한편 검찰은 한 전 총리 측의 요청을 받아들여 이 사건의 내사기록보고서를 제한적으로 공개하기로 했다. 검찰은 “내사기록에 일부 다른 정치인 이름도 들어 있어 이를 삭제한 뒤 열람 등사하도록 하겠다”고 했으나 재판장은 “그 부분은 변호인 측에 열람만 할 수 있도록 하라”고 결정했다.

이종식 기자 bel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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