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외고 합격생 많이 나온 구= 초등생 전학 많이 온 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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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1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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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동에 어느 중학교가 좋다는 소문을 듣고 전학을 갔어요. 그런데 목동에서 공부 잘한다는 애들은 특목고 준비하러 대부분 대치동에 가 있더라고요. 아이한테는 여기서 열심히 해도 충분히 좋은 대학 갈 수 있다고 말해주고 싶은데…. 생각처럼 쉽지 않아요.”(주부 김모 씨·40)

자녀의 교육 때문에 이사 결정을 내리는 학부모가 많다. 초중고생 전출입의 일부지역 ‘쏠림’ 현상은 이런 현실을 반영한다.
대학진학률이 높은 구에 전입생이 많은 점이나 외고 입시를 준비하기 위해 사교육 밀집지역으로 몰리는 상위권 학생들의 사례가 그렇다. 전출입 분석과 4년제 대학 진학률, 특목고 합격자 출신지역과의 상관관계를 통해 그들이 ‘왜 움직이는지’ 알아봤다.》

강남3구등 유입 많은 지역, 4년제 대학 진학률도 높아


○ 내신반영 낮은 외고 준비 위해 교육특구로 전학간다


서울에서 가장 인기 있는 외국어고인 대원외고의 2009학년도 구별 합격자 배출 순위와 학생 유입이 많은 구의 순위는 거의 일치했다.

2009학년도 대원외고 합격자 중 강남, 서초, 송파구 출신이 205명으로 전체 338명 중 60.6%였던 것.

임성호 하늘교육 기획이사는 이를 두고 “지금까지의 외고 입시가 강남 3구에서 영어 듣기, 국어·사회 구술면접을 준비한 학생에게 유리할 수밖에 없는 전형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본래 거주지에서 전교 1등을 하면서 외고 준비를 하는 것보다 내신 성적을 포기하더라도 내신 외의 다른 전형을 본격적으로 준비할 수 있는 교육특구로 상위권 학생들이 모인다는 것.

중학교 1학년 자녀를 둔 주부 윤모 씨(42)는 올 초 서울 중랑구 신내동에서 강남구 청담동으로 이사했다. 윤 씨는 “아이가 전교 최상위권으로 내신 성적은 좋았지만 특목고 입시를 앞두고 경쟁하기엔 강남 아이들을 따라가기 어려웠다”면서 “주변에 초등학교 때부터 외고를 염두에 두고 아이를 전학시킨 엄마들에 비하면 늦은 편”이라고 말했다.

임 이사는 “대원외고와 한성과학고 2009학년도 입시의 학교내신 실질반영비율을 비교하면 내신에서 5% 떨어지는 학생은 만점자에 비해 대원외고는 (100점 환산 시) 0.7점 감점되고, 한성과학고는 5.0점 감점됐다”면서 “내신 5%가 영어듣기 한 문제의 영향력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말했다. 또 “상위권 학생들이 이동하는 원인은 이들이 목표로 하는 외고의 내신반영비율이 낮아 다른 전형을 준비하는 것이 낫기 때문”이라면서 “과학고처럼 내신실질반영비율이 높으면 굳이 교육특구로 전학하지 않아도 지역에서 좋은 내신 성적으로 지원하기 때문에 지역별로 비교적 고르게 합격자를 배출할 수 있다”고 말했다.

○ 유입학생 많은 구, 4년제 대학 진학률 높다

분석 결과 유입학생이 많은 구일수록 4년제 대학 진학률도 비교적 높았다. 교육적인 평가가 비교적 좋은 지역으로 자녀를 전학시키는 학부모가 많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우수한 학생들이 유출된 구는 다시 대학 진학률이 낮아지는 등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신나는 공부’ 취재팀이 서울 시내 216개 일반계고의 4년제 대학 진학률을 분석한 결과(▶본보 6월 16일자 C1, 2면)에 따르면 2009학년도 4년제 대학 진학률이 높았던 은평구(46.2%), 강남구(45.6%), 송파구(45.2%), 용산구(45.2%), 서초구(45.0%), 노원구(44.4%), 양천구(44.2%) 등 상위 7개구는 학생유입이 많았다. 4년제 대학 진학률이 낮은 구일수록 유출되는 학생수가 많았다. 진학률이 40%에 미치지 못했던 마포구(38.3%), 구로구(38.2%), 광진구(38.1%), 강북구(37.0%), 성북구(36.9%), 성동구(32.3%) 등 6개 구 중 구로구(―665명), 광진구(―670명), 마포구(―876명), 관악구(―942명), 성동구(―1309명)는 학생 유출이 많았다.

■ 하지만!

자율형 사립고-고교선택제 등 ‘비특구’에도 길은 있다… 수시모집- 내신비중 확대 등 입시제도도 변해가는 추세


○ 고교선택제, 자율형사립고, 수시모집 확대…대안은 있다!


소위 ‘명문’으로 알려진 학교, 특목고, 명문대 진학을 목표로 집과 학교를 옮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을 수 있다. 학교를 옮긴다고 아이의 미래를 장담할 수 없다.

자녀의 동의 없이 교육만을 목표로 전학시킬 경우 아이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거나 사춘기 등 예민한 시기에 교우관계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경쟁을 즐기지 않는 성격의 아이들은 경쟁에 치여 자신감을 잃기도 한다. 올 초 초등 5학년 자녀의 교육을 위해 강남으로 이사한 주부 김모 씨(40)는 “이전 학교에서 최상위권에 전교 부회장이었던 아이가 새로운 수학학원의 수업을 따라가지 못해 결국 그만뒀다”면서 “교육열 높은 곳에 오면 다른 학부모에게 정보도 얻고 아이 공부도 나아질 거라고 예상했는데 생각보다 정보도 폐쇄적이고 아이도 힘들어한다”고 털어놨다.

전학을 하지 않고도 원하는 목표를 이뤄낼 수 있을까. 희망은 있다.

올해 중학교 3학년을 대상으로 신입생을 모집하는 ‘자율형 사립고’는 학부모와 학생의 학교선택의 폭을 넓힌다. 서울에서 자율형 사립고로 지정된 학교는 경희고(동대문구), 동성고(종로구), 배재고(강동구), 세화고(서초구), 숭문고(마포구), 신일고(강북구), 우신고(구로구), 이대부고(서대문구), 이화여고(중구), 중동고(강남구), 중앙고(종로구), 한가람고(양천구), 한대부고(성동구) 등 13곳으로 구별 분포가 고른 편이다. 내신 성적 50% 이내 학생만 지원할 수 있으며 국어·영어 중심의 커리큘럼으로 수업을 진행하기 때문에 수능 준비에 유리하다.

‘고교선택제’도 마찬가지. 학생들은 서울 전 지역을 범위로 하는 단일 학교군에서 두 곳(1단계), 거주지 중심 일반 학교군에서 두 곳(2단계)의 가고 싶은 학교를 선택해 지원할 수 있다. 굳이 전학하지 않아도 원하는 고교에 배정받을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린 것. 다만 학습에 방해되지 않을 정도의 통학거리를 염두에 두고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내신 성적 반영 비중을 높여 학생들이 현재 있는 곳에서 최선을 다했을 때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는 입시정책도 확대되는 추세다.

2010학년도 입시에서 내신 성적 반영비율이 높은 수시모집으로 선발되는 비율이 대학 전체 정원의 59%에 이른다. 과학고는 2011학년도부터 영재교육원 수료자 전형과 올림피아드 수상자 전형을 폐지하고 1차에서 학교 내신 성적으로 일정 인원을 선발한 뒤 평가할 계획이다. 전국 외고 교장협의회가 19일 내놓은 영어듣기평가와 구술면접 폐지를 골자로 한 입시 개선안도 같은 맥락. 협의회는 “1차는 내신 성적만으로 서류 전형을 거쳐 뽑고 2차에서 내신성적과 인성·적성을 판단하는 면접점수를 각각 50%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임 이사는 “학교나 지역 프리미엄은 줄어들고 거주지에서 열심히 공부한 학생에게 혜택을 주는 방식으로 입시가 변화할 것”이라며 “교육특구로 쏠렸던 지금까지의 학생 전출입 양상도 이에 맞춰 변화할 것으로 보이며 학부모들도 이 같은 흐름을 고려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봉아름 기자 er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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