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결산심의 올해도 부실 우려

  • 입력 2009년 7월 31일 02시 59분


상임위 제대로 못열려

국회의 결산 심의가 올해도 부실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는 5월 31일 정부로부터 2008 회계연도에 정부가 쓴 262조8000여억 원에 대한 결산서를 받았으나 두 달이 지난 30일 현재 예비심사를 마친 상임위원회는 단 한 곳도 없다. 6월 임시국회가 미디어관계법 개정을 놓고 파행 운영되면서 상임위가 제대로 열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결산을 담당하는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장(심재철 의원)도 이달 16일에야 겨우 선출됐다.

국회의 결산은 상임위 예비심사→예결위 종합심사→본회의 심의·의결의 과정을 거친다. 현재의 속도대로라면 9월 정기국회의 결산 심의는 졸속으로 진행될 수밖에 없다. 정기국회에서는 국정감사가 있고 내년도 예산안 심의가 시작되기 때문에 전년도 결산은 뒷전으로 밀리기 일쑤다. 현재의 여야 대치가 정기국회까지 이어진다면 결산 심의는 더욱 시간에 쫓길 수밖에 없다. 국회가 정기국회 전까지 결산을 마치지 못하면 국회법을 위반한 것이 된다. 국회법에는 결산에 대한 심의·의결을 정기국회 개회 전에 마치도록 돼 있기 때문이다. 국가재정법에 따라 2007년부터 정부는 결산 보고서를 5월 말까지 반드시 국회에 제출하도록 했다. 결산 심의를 충실하게 하고 정기국회 전에 결산 심의를 마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이후에도 국회의 결산 심의 일정은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정부 부처 관계자는 “(국회가) 정부에만 결산 제출을 빨리하라고 재촉해놓고 자기들은 변한 것이 없다”고 말했다. 지난해에도 8월에야 국회 원 구성이 되는 바람에 2007년도 결산서의 상임위 예비심사는 9월에야 시작됐고 본회의 의결은 11월 24일에야 끝났다.

이는 국회의원들이 이미 돈을 쓴 것(결산)에 대해서는 무관심하고 유권자에게 생색을 낼 수 있는 앞으로 쓸 돈(예산)에만 관심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국회예산정책처 심의관을 지낸 박정수 이화여대 행정학과 교수는 “먼저 전년도 결산부터 제대로 하고 다음 해 예산을 짜는 것이 상식인데 국회는 이런 원칙조차 모르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의원들의 반대를 무릅쓰고서라도 예결특위를 상임위로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김기현 기자 kimki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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