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제품 체험장, 테마파크 뺨친다

  • 입력 2009년 7월 31일 02시 58분


기업들 재미 주고 관심 유발
주입식 제품 홍보는 사라져

1층에 들어서자 로봇이 방문객을 맞아 음료 주문을 받았다. 영상관에서는 3차원 입체 영화를 통해 2013년 완공 예정인 151층 높이의 인천트윈타워의 모습도 생생하게 볼 수 있었다. 31일 개관하는 인천 송도 U시티 체험관 ‘투모로우 시티’의 모습이다. 이곳은 신도시를 소개하는 체험관이라기보다는 디즈니랜드 같은 ‘테마파크’와 흡사했다. 투모로우 시티를 설계하고 기획한 곳은 SK텔레콤이지만 이곳에서 이동통신 기술과 휴대전화는 관람객의 체험을 돕기 위한 정보를 전달하는 ‘조연’에 불과했다.

이처럼 국내 정보통신(IT) 기업들의 ‘체험 마케팅’ 트렌드가 바뀌고 있다. 자사(自社) 제품만 잔뜩 전시해놓고 주입식으로 기능을 설명하던 방식이 사라진 것이다.

삼성전자는 서울 서초구 서초동의 홍보관 ‘딜라이트’를 관람객이 스스로 예술작품을 만들어내는 과정에 참여하는 느낌을 갖도록 설계했다. 관람객이 사진을 찍으면 이 사진이 과장된 색조의 팝아트처럼 바뀌어 벽에 전시된다. MP3플레이어로 음악을 선택하면 화면 속 동물들이 선택된 음악의 분위기에 따라 다양한 춤을 춰 무용단장이라도 된 듯한 느낌을 준다. 관람객이 이런 시설을 즐기는 동안 삼성전자의 제품들은 이 놀이를 돕는 역할만 한다. 가격도, 기능도 안내원에게 묻기 전에는 알기 어렵다. 지난해 말 개관한 이 홍보관은 6개월 만에 20만 명이 넘는 방문객을 끌어들였다.

디지털카메라를 판매하는 캐논코리아컨슈머이미징도 올해 3월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캐논플렉스’라는 체험형 전시관을 열었다. 지하 1층의 ‘디지털 아카데미’에서는 캐논 카메라를 사용하는 유명 사진가가 사진 강좌를 연다. 캐논플렉스를 찾는 관람객들을 직접 살펴보니 특징이 있었다. 많은 관람객들이 매장에 들어서자마자 전시 제품에는 눈길도 주지 않고 지하 1층으로 내려갔다. 하지만 이들 대부분은 매장을 다시 나서기 전 1층의 캐논 제품들을 자세히 살펴봤다.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마케팅이 직접적인 제품 설명보다 더 큰 힘을 발휘한 것이다.

서울 여의도의 LG 트윈타워에도 ‘사이언스 홀’이라는 체험관이 있다. 초등학생이 주관람객인 이곳은 제품 홍보와는 상관없어 보이는 과학체험관이지만 전기, 전자, 생활과학, 생명과학, 화학 등 LG그룹의 주력 사업을 테마관으로 구성해 놓았다. 미래의 고객인 초등학생들에게 LG그룹의 이미지가 홍보되도록 전시관 사이사이에는 LG 로고를 붙여 놓았다.

김상훈 기자 sanhkim@donga.com

이윤나 인턴기자 미국 로체스터공대 4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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