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제53회 국수전…나약한 백의 태도

  • 입력 2009년 7월 27일 02시 57분


조혜연 8단의 마음에 마(魔)가 끼어든다. 빨리 따라잡고 싶은 욕심이 고개를 치켜든 것. 흑 45는 47의 곳으로 넘는 수와 백 대마 전체에 대한 공격을 엿본다. 하지만 이는 욕심이었다. 참고도 백 1로 뻗으면 기껏 살려놓은 좌상 흑 넉 점이 잡힌다. 이렇게 되면 흑이 실리로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에 중앙에서 상변으로 뻗은 백 대마를 반드시 잡아야 한다.

하지만 이 대마는 참고도 백 ‘A’로 두는 수가 있다. 백이 두 집 내는 것을 방지하려면 흑 ‘B’로 둬야 하는데 ‘C’로 끊기는 약점이 남는다. 이 때문에 백은 쉽게 잡히지 않는다.

그런데 이상한 건 루이나이웨이 9단이었다. 평소의 루이 9단이라면 당연히 “백 대마를 한번 잡아봐라”며 배짱 좋게 참고도처럼 실리부터 챙겼을 것이다. 하지만 형세가 너무 좋아서 마음이 나약해진 것일까. 루이 9단은 백 46으로 대마를 보강하고 만다.

조 8단이 흑 47로 살아가자 흑백 간의 실리 차는 급격히 줄어들었다. 여기에 53으로 우변마저 차지하자 백이 급하게 됐다. 루이 9단은 마침내 초반부터 우하에 남아있던 뒷맛에 불을 댕긴다. 흑 61까지 패가 났다.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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