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짝 실적’ 믿고 재정지출 줄이다 경기에 ‘찬물’ 끼얹을 수도

  • 입력 2009년 7월 25일 02시 57분


거래소 견학 고교생들 “올랐다” 환호성코스피가 종가 기준으로 11개월 만에 1,500 선을 되찾은 24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한국거래소에 견학 온 남녀 고교생들이 환호성을 올리고 있다. 박영대 기자
거래소 견학 고교생들 “올랐다” 환호성
코스피가 종가 기준으로 11개월 만에 1,500 선을 되찾은 24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한국거래소에 견학 온 남녀 고교생들이 환호성을 올리고 있다. 박영대 기자
고용사정 개선 안돼… 소비-투자 여전히 부진
하반기 ‘재정 실탄’ 부족… 성장세 지속 낙관 어려워

■ 靑 출구전략 유보 배경

한국은행이 24일 발표한 올해 2분기(4∼6월) 한국 경제의 성적표는 지난해 9월 글로벌 금융위기의 직격탄을 맞아 추락했던 경기가 회복 국면에 다가서고 있음을 보여 준다. 이날 코스피가 11개월 만에 1,500 선을 돌파한 것도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뒷받침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그러나 민간의 자생적인 경기회복 능력을 보여 주는 소비와 투자가 부진하고 미국이 다시 경기침체에 빠질 가능성도 높아 대내외 경제여건은 여전히 불확실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한국 경제가 하반기에도 성장세를 이어갈지는 속단하기 힘들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정부가 경제위기 극복과정에서 쏟아낸 비상조치의 정상화를 뜻하는 출구전략(Exit Strategy)을 올해에는 쓰지 않기로 한 것도 일부 대기업의 반짝 실적만 갖고 금리를 올리거나 정부 지출을 줄일 경우 경기회복세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 경기, 조심스러운 회복세

1분기와 비교한 2분기 지표에선 주목할 만한 수치들이 쏟아져 나왔다. 우선 종합지표인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2.3%로 2003년 4분기(2.6%) 이후 최고치를 보였다. 민간소비 증가율은 3.3%로 2002년 1분기(3.4%) 이후, 설비투자 증가율은 8.4%로 2000년 1분기(17.8%) 이후 가장 높았다. 실질 국내총소득(GDI)은 5.1% 늘어나 1988년 1분기(5.7%) 이후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하지만 이는 전기 대비 수치일 뿐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서는 마이너스를 벗어나지 못했다. GDP가 2.5% 감소한 것은 물론 민간소비(―1.1%) 설비투자(―17.2%) 등도 부진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본부장은 “전 분기와 비교하면 경기가 최악의 상황을 벗어나 회복 국면에 가까워진 것으로 볼 수 있지만 전년 동기 대비 마이너스라는 점은 예년 수준으로는 복귀하지 못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한국 경제가 이제 막 중환자실에서 나왔을 뿐 체력이 완전히 회복된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 “하반기 경제 낙관 어렵다”

문제는 하반기에는 이런 성장세를 기대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상반기까지는 정부의 막대한 재정지출에 힘입어 전기 대비 플러스 성장을 이어갔지만 하반기엔 재정여력이 넉넉지 않기 때문.

올해 상반기에 정부가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쏟아 부은 돈은 167조1000억 원으로 올해 전체 주요 사업비 257조7000억 원의 65%에 이른다. 그만큼 하반기에 쓸 ‘실탄’이 부족해진 셈이다. 일부 전문가는 2분기 성장률 2.3%에서 정부의 재정지출 기여도를 제외하면 순수 성장분은 1% 남짓에 불과할 것이라고 추산한다.

고용사정이 풀리지 않고 있는 것도 하반기 경제를 낙관하기 힘든 이유다. 고용이 살아나지 않으면 가계소득이 줄어 소비 부진, 기업의 투자 위축 같은 악순환에 빠질 위험이 크다. 6월 취업자 수가 1년 전보다 4000명 늘어 지난해 12월 이후 6개월 만에 증가세로 돌아서긴 했지만 이는 정부의 ‘희망근로 프로젝트’로 임시직이 늘어난 영향이지 실질적인 고용사정의 개선으로 보기는 어렵다.

기획재정부 당국자는 “재정지출 여력이 바닥을 드러내는 상황에서 민간소비와 기업의 설비투자가 받쳐주지 않으면 3분기 성장률은 전기 대비 1%대로 다시 떨어질 수 있다”며 “지금은 출구전략을 구사할 단계가 아니다”고 말했다.

차지완 기자 cha@donga.com

정재윤 기자 jaeyu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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