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퀄컴 ‘횡포’에 대항할 원천기술 개발 서둘러야

  • 입력 2009년 7월 25일 02시 57분


휴대전화 핵심 부품의 원천기술을 갖고 있는 미국의 퀄컴사가 시장 지배적 지위를 남용했다는 이유로 공정거래위에서 2600억 원의 과징금 부과 결정을 받았다. 퀄컴은 1989년 당시 정보통신부가 삼성 LG 등 민간업체와 공동 연구로 상용화에 성공한 부호분할다중접속(CDMA) 방식의 원천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이다. 통상 부당행위로 인한 매출액의 2∼3%가 과징금으로 부과되므로 최소한 10조 원 이상의 매출이 관련된 중대 사안이다. 퀄컴 측이 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나섰으니 쟁송(爭訟)이 불가피할 것 같다.

공정위 조사 결과 퀄컴은 휴대전화의 핵심 통신장치인 모뎀 칩 등 부품을 자사에서 구입하는 업체에 원천기술 로열티(사용료)를 낮춰주거나 리베이트를 제공해 국내 휴대전화 업계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삼성 LG 같은 휴대전화 제조업체가 경쟁사 부품을 쓰지 못하도록 우월적 지위를 남용했다는 것이다. 사실이라면 퀄컴은 불공정 행위를 시정하고 공정한 거래질서가 확립되도록 협조해야 마땅하다.

퀄컴의 불공정 행위로 피해를 보았다고 주장하는 기업들은 한국과 대만에 있는 퀄컴의 경쟁업체들이다. 공정위는 퀄컴이 로열티를 차등 부과하고 조건부 리베이트를 주면서 경쟁업체들이 모뎀 칩 시장에 진입하지 못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 결과 퀄컴은 국내 휴대전화 모뎀 칩 시장의 99.4%를 점유하고 있다고 하니 이런 독점적인 거래를 정상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이번 조치로 신규 업체들이 일부 모뎀 칩의 공급에 나서고 중장기적으로 칩 가격이 인하되면 휴대전화 가격이 낮아질 여지도 있다. 그러나 퀄컴은 과징금이 부과되면 퀄컴 칩 구매 단가가 인상돼 삼성 LG 등 국내 휴대전화 업체의 글로벌 경쟁력이 저하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핵심 원천기술을 독점한 퀄컴이 가격 결정에 대한 영향력이 크기 때문이다.

한국은 세계 휴대전화 시장 점유율에서 2위를 기록하고 있다. 정부는 2012년 연간 6억 대 생산, 700억 달러 수출로 시장점유율을 35%까지 높여 세계 1위로 올라선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우리 제품이 세계 1위의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국내 휴대전화 업체들이 기술력을 키워야 한다. 공정위의 과징금 부과만으로 우월적 지위를 남용한 퀄컴의 부당 거래가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퀄컴에 휘둘리지 않도록 원천기술 개발 투자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 원천기술을 많이 확보해야만 힘들게 수출해서 기껏 남의 장사나 해주는 일이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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