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민노총 간부 성폭력이 ‘거짓진술 강요 수단’이었다니

  • 입력 2009년 7월 24일 03시 00분


지난해 12월 민주노총 핵심 간부 K 씨에게 성폭력을 당한 피해자인 전교조 소속 여교사가 최근 ‘K 씨의 성폭력 사건은 우발적인 것이 아니라 피해자에게 거짓 진술을 강요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가해졌을 것’이라는 내용의 탄원서를 담당 재판부에 제출했다. ‘민주노총 성폭력 피해자 지지모임’ 명의로 낸 이 탄원서에 따르면 민노총 이석행 당시 위원장의 도피에 관해서 피해자가 거짓 진술을 하도록 강요하기 위한 목적으로 성폭력이 저질러졌다는 것이다.

정진화 전 전교조 위원장도 피해자에게 ‘이석행 위원장과 당신을 내연의 관계인 것처럼 몰아가는 보도가 준비되고 있다고 시민단체 관계자에게 들었다’며 심리적 불안감과 압박감을 줬다는 내용도 공개했다. 전교조 간부이기 이전에 교사인 사람이 성폭력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고 피해자를 위로하기는커녕 입을 막기 위해 교묘하게 협박을 하는 한심한 윤리의식을 드러냈다.

도피생활을 하던 이 위원장을 아파트에 숨겨준 피해자에게 K 씨가 성폭력을 한 사건의 진상이 7개월이 지나도록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다가 탄원서를 통해 새로운 사실이 밝혀진 것도 충격적이다. 민노총과 전교조가 사건의 진상 규명에 적극적이지 않다는 얘기다. 민노총과 전교조의 집행부에 일말의 도덕성이라도 남아 있다면 피해자에게 이처럼 이중 삼중의 고통을 줄 수는 없다.

민노총은 올 2월 사건이 처음 공개됐을 때 K 씨가 술에 취해 우발적으로 저지른 일이라고 둘러댔지만 피해자의 아파트 엘리베이터 폐쇄회로(CC) TV 확인 결과 거짓으로 판명됐다. 사건 발생 직후 피해자에게서 성폭력 사실을 들은 전교조 위원장은 “민노총과 전교조가 큰 타격을 받고 보수언론이 정치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며 검찰 고소를 못하도록 말렸다.

전교조는 최근 성폭력 은폐 사건에 관련된 전현직 간부 3명의 징계를 제명에서 경고로 낮췄고 민노총도 관련자들을 경징계하거나 징계 자체를 미뤄 조직 안팎의 반발을 사고 있다. 민노총과 전교조가 진정으로 반성하는 자세를 보이려면 성폭력 사건의 진상을 가감 없이 공개하고 관련자들을 퇴출시키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