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미디어法제동 건 박 전 대표의 미디어觀

  • 입력 2009년 7월 21일 02시 57분


이강래 민주당 원내대표는 어제 미디어관계법안 국회 처리와 관련해 “박근혜 전 대표의 직권상정 반대 발언에 한나라당 지도부가 혼비백산 혼란 상태”라고 말했다. 박 전 대표가 측근 의원을 통해 “20일 본회의에 참석한다면 반대표를 행사할 것”이라고 밝히자 민주당은 백만원군(百萬援軍)이라도 얻은 듯한 기세다. 박 전 대표는 최근 당내 의견수렴을 위한 의원총회를 비롯한 회의에서 미디어법에 관해 명확한 의견을 밝힌 일이 없었다. 그런데 법안 처리가 임박한 시점에 갑자기 이견을 제기하고 나서 친박(친박근혜)계 의원들마저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박 전 대표는 ‘1차 입법전쟁’이 한창이던 1월 5일에도 “한나라당이 국민을 위한다면서 내놓은 법안들이 국민에게 오히려 실망과 고통을 안겨주고 있다”고 ‘논평’해 당내에서도 논란을 빚었다. 이에 따라 한나라당이 2월 임시국회에서 민주당과 협상을 벌인 데 대해 박 전 대표는 “한나라당이 할 만큼 했다”고 평가했다. 지금의 미디어법안은 그때보다 야당에 더 양보를 한 것임에도 박 전 대표가 ‘반대하겠다’고 한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한나라당 안팎에선 박 전 대표의 미디어관(觀)에 관해 의문을 표시하는 이들도 있다. 한나라당은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5년 열린우리당이 대표적 악법인 신문법을 표결처리하는 데 합의해 주었다. 그때 당 대표가 박 씨였다. 국회를 통과한 이 법은 1년 반 뒤 헌법재판소로부터 핵심 조항들이 위헌 결정을 받았다. 박 전 대표는 2007년 6월 신문방송편집인협회 세미나에서 “정치권력과 경제권력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는 비판을 받아온 방송을 국민 품으로 돌려주고 방송산업의 미래 경쟁력을 강화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박 전 대표가 이 약속을 지키려면 현재 지상파가 독과점한 방송시장의 진입 장벽을 허무는 데 제동을 걸 이유가 없다.

박 전 대표가 15일 “한 회사의 시장 점유율을 매체 합산 30% 이내로 인정한다면 여론 다양성도 보호하고 시장 독과점에 대한 우려도 사라질 것”이라고 말한 데 대해서도 고개를 갸우뚱하는 전문가들이 적지 않다. 미디어법이야말로 방송 채널을 다양화해 매체 영향력이 큰 지상파의 시장 독과점을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이다. 방송과 신문은 매체 영향력이 서로 달라 계량화도 쉽지 않다.

미디어 법안의 근본 취지는 신문 방송 매체 간 장벽을 허물어 다양하고 질 높은 정보 서비스를 국민에게 제공하고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이다. 차기 유력 대선주자인 박 전 대표의 짧은 논평 한마디에 의원들은 눈치 보기에 바쁘고, 한나라당은 돌발 악재로 우왕좌왕하고 있다. 이런 자세로 과연 한나라당과 박 전 대표가 집권세력으로서 국정을 성공적으로 수행하면서 방송을 진정 국민의 품으로 돌려줄 수 있을지 걱정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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