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의 왓슨, 충격의 우즈

  • 동아닷컴
  • 입력 2009년 7월 19일 20시 33분


"고마워요, 톰."

브리티시오픈골프대회 관계자라면 누구나 이런 말이 저절로 나올 것 같다. 산전수전을 다 겪은 60세 노장 톰 왓슨(미국)이 세월을 거스르는 듯 사흘 내내 선두권을 질주하며 진한 감동을 전해주고 있어서다. 세계 랭킹 1위 타이거 우즈(미국)가 컷 통과에 실패한 가운데 세계 랭킹 1350위 밖인 왕년의 스타 왓슨은 주름이 깊이 팬 눈가에 잔잔한 미소를 지으며 3라운드를 단독 선두로 마쳤다. 그는 이번 대회 우승 여부에 상관없이 최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1977년 왓슨과 우승을 다퉈 준우승에 머문 잭 니클라우스(69·미국)는 "그의 경기를 보다 눈물이 나왔다"고 감개무량해 했다.

이 대회에서 5차례 우승한 왓슨은 18일 스코틀랜드 에어셔의 턴베리 에일사코스(파70)에서 열린 3라운드에서 강한 바람 속에 1타를 잃었지만 4언더파 206타로 단독 선두에 나섰다. 16번 홀(파3)에서 12m 버디 퍼트를 넣은 데 이어 17번 홀(파5·559야드)에서는 2온에 성공한 뒤 가볍게 버디를 낚았다. 관중석을 향해 파도 응원을 유도하는 여유를 보인 왓슨은 "첫 날 사람들은 '웬 노인이 반짝하는군'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며 다음날은 '저러다 말겠지'라고 했겠지만 오늘은 '이 늙은이가 우승도 할 수 있겠는데'라는 말이 나오지 않겠느냐"며 웃었다.

4대 메이저 대회 최고령 챔피언은 1968년 US오픈에서 48세로 우승한 줄리어스 보로스(미국). 미국과 유럽의 정규 투어 최고령 우승 기록은 1965년 그레이터 그린스보로오픈에서 52세로 우승한 샘 스니드(미국)가 갖고 있다. 왓슨은 1라운드 공동 2위, 2라운드 공동 선두에 이어 계속 순위를 끌어 올리며 갖가지 역사를 갈아 치울 기세다. 공동 2위 매튜 고긴(호주)과 로스 피셔(잉글랜드)와는 1타 차.

우즈는 2라운드에서 4오버파 74타로 부진해 합계 5오버파 145타로 커트라인에 1타가 부족해 보따리를 쌌다. 우즈가 프로 전향 후 메이저 대회에서 컷 탈락한 것은 2006년 부친 사망의 슬픔 속에 출전한 US오픈 이후 두 번째이다. 일반 대회를 합쳐도 5번째에 불과할 만큼 우즈의 중도 탈락은 충격이다. 날씨가 화창했던 1라운드에서 1오버파 71타로 부진했던 게 결국 발목을 잡았다. 관심을 모았던 최경주와 앤서니 김, 이시카와 료(일본)도 모두 3라운드 진출에 실패했다.

김종석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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