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 읽어주는 남자] 日 ‘인기짱’ 페어바둑 국내서도 인기끄나

  • 입력 2009년 7월 18일 09시 13분


정답: 유창혁 9단

기본적으로 바둑은 둘이 두는 놀이다. 바둑판을 앞에 놓고 고인들의 명국을 홀로 늘어놓는 재미도 만만한 것은 아니지만 자폐인이 아닌 이상 일평생 바둑을 그리 즐길 수는 없다.

바둑을 좀 더 재미나게 둘 수는 없을까. 역사를 뒤져보면 제법 많은 이들이 고민을 해 온 흔적이 남아있다. 정석, 맥, 사활 등 대부분의 고수들이 소프트웨어의 발전에 치중해 왔다면, 이들은 하드웨어에 주목했다. 대표적인 것이 바둑판 위에 그어진 줄이다. 현재의 19줄 바둑판 이전에는 17줄이었다. 몇 년 전인가 15줄 바둑판이 전남 신안 해저유물선에서 발견되었다 하여 떠들썩했던 기억도 난다. 언젠가는 21줄 바둑판에서 바둑을 두게 될 날이 올지도 모르겠다.

페어바둑이란 것도 ‘좀 더 재밌게 바둑을 두고 싶다’란 욕망에서 출발했을 것이다. 페어바둑은 이름 그래도 복식바둑이다(정식으로는 연기바둑이라 한다). 테니스, 배드민턴, 탁구만 복식이 있는 것이 아니다. 바둑도 복식이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복식바둑의 인기가 그저 그렇지만 일본만 해도 꽤 높은 편이다. 바둑협회인 일본기원과 별도로 일본에는 국제페어바둑협회가 있어 매년 세계대회를 열고 있다.

올해 창설된 비씨카드배 월드바둑챔피언십이 ‘보너스’로 비씨카드 Loun.G배 페어바둑챔피언십(이름 한 번 길다)을 연다고 한다. 페어바둑이니 남녀 한 쌍이 출전하는 대회다.

페어바둑대회는 편바둑인 만큼 1 : 1 대국과는 룰부터가 꽤 다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착순이다. 비씨카드배의 경우 흑(여성)→백(여성)→흑(남성)→백(남성)의 순인데 착순을 지키지 않으면 심한 경우(고의로 행했다면) 바로 반칙패가 된다.

착순만큼이나 까다로운 것이 ‘훈수방지’다. 대국자는 파트너와 상담은 물론이려니와 수상한 몸짓도 금지다. 심하지 않느냐고? 무슨 말씀! 간단한 사인만으로 얼마든지 훈수가 가능하다.

코를 만지면 ‘주의!’, 왼쪽 귀를 긁으면 ‘좌상귀’, 오른쪽 다리를 떨면 ‘우하귀’, 배를 쓸면 ‘중앙’하는 식이다. 고수들의 대국에서 이 정도 신호면 차고도 남는다. 같은 편끼리 의사를 주고받을 수 있는 경우는 딱 하나. 바둑이 불리해 돌을 던지고 싶을 때뿐이다.

그나저나 꽤 오래 전 일이다. 삼성화재 주최로 케이블방송인 바둑TV에서 남자 프로기사들과 여자 프로기사들을 묶어 이벤트 형식의 페어대회를 연 일이 있었다. 당시만 해도 여자프로들의 실력이 남자에 미치지 못하던 시절이다.

방송국 측에서는 여자기사들에게 파트너 선택권을 주었다. 이창호 9단이 최고의 경쟁률을 보였다. 그렇다면 최저의 경쟁률로 ‘미달사태’가 벌어진 워스트 남자기사는 누구였을까?

꽤 의외였다. 기실 이 기사는 애당초 워스트가 아닌 No1으로 여겨졌기 때문이었다. 꽃미남 기사의 원조였던 데다 실력 또한 초절정에 올라 있던 인물이었으니 당연한 예상이었는데.

나중에 여자기사들에게 이유를 물은즉 답변은 이랬다. “너무 무서워요. 한 수만 잘 못 둬도 얼마나 뭐라 하시는 데요.” 그랬다. 예나 지금이나 훈남이 제일인 것이다. 그렇다면 당시 까칠해서 서러웠던 주인공은 누구? 정답은 아래에 있다.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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